영화 ‘암살’ 의 제작자 겸 최동훈 감독이 최종림 소설 ‘코리언 메모리즈’를 도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비교자료를 최종림 작가가 법원에 제출한 것을 보면 그 도용행태가 워낙 기술적이어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나는 최작가의 멋스러움을 좋아해서 20년부터 최종림의 ‘사하라 일기’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는 다큐를 만드는데 합의하고 준비했었다. 

그  프로젝트는 ‘파리-다카르’ 종횡단 다큐인데, 최종림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었고 또한 본인이 죽음의 경주에서 완주한 당시로서는 아시아 최초로 기록될 만큼 대단한 사건으로 일본기업에서 후원제의까지 해 왔으나 자신이 운전한 차량이 일산인데다 일본측 제의를 받으면 그 차량에 일장기를 걸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거액의 스카웃 제의를 거절한, 대한남아로서의 자부심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기에 더욱 그의 다큐가 나를 잡아 묶었다. 

그 후 ‘코리언 메모리즈’를 인터넷상으로 공개하여 제작자를 물색해 보자는데 공감하고 나는 2002년부터 그 작업도 병행했었다. 신촌작업실에서 오랜기간 동안 일일이 워드작업을 하고 또 손수 홈페이지도 만들기 위해 참 많은 시간을 허비했었다.  당시 여유가 있었다면 홈페이지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될 것을..그런데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작업을 하던 중 용인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용인 세브란스 병원에서 3개월 입원 후, 체력 한계에 부딛혀 310 페이지에서 워드 작업을 멈추고 있을 때 최종림 작가 따님이 책 뒷 부분을 이어주었다.

그 뒷 부분이 바로 이승만 암살 내용인데, 최동훈의 영화 ‘암살’ 에서 이 장면을 작업하지 않았다. 내가 작업을 멈춘 부분만으로도 영화한편 만드는 것이 충분하니까 그랬겠지만 이승만 암살마저 영화에 나온다면 그건 할파고의 오류에 해당할 것이다. 최동훈 감독이 변호사를 통해 주장하는 가장 큰 잇슈는 영화 ‘암살’에서 이승만 암살 장면도 없는데 어떻게 도용이고 표절이냐? 이다. 그 주장이 얼마나 우매한 주장한지, 그 변명을 듣는 순간 ‘소설의 앞부분은 표절했다’ 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세상에 이렇게도 변복을 하는구나 하면서, 영화 ‘리얼맥코이’에서 킴베이싱어 역할을 영화 ‘도둑들’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그 역할이 1000% 도용인 줄 알면서도 내가 관여할 것이 아니어서 그냥 넘어갔지만 선배 작품을 도둑질 당한 영화를 보고 더는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최종훈 감독과 제작사 측이 주장하는 가장 큰 변명 즉 내가 작업하지 않았던 이승만 암살 장면을 거론한 것인데  최종림의 ‘코리언 메모리즈’를 표절했다면 ‘영화에 이승만 암살 장면이 나와야 하지 않느냐’ 이런 식이다. 그렇게 한다면 돈을 숨겨둔 자리에 막대기를 세워 ‘여기에 돈 묻어 두지 않았다’ 와 다름 아니다.

책 324 (옛소설) 페이지 뒤를 찢어 버리고 찢기지 않은 부분만 사람들에게 읽히면 이승만 암살 내용이 없으므로 그런가 보다 하고 말 것이다. ‘암살’ 영화에서 이승만 암살까기 표현하면 작품도용이 확실하므로 이것만 피하면 창작이라며 세상에 알리기엔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외국영화를 보면 크레딧에 자주 등장하는 원작자 표시,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내용을 참 많이 접했지만 한국은 위대한 감독이 많아서인지 대부분 감독 작품이다.

젊은 나이에 감독이 소설을 쓰고 역사 공부하고 전문지식을 공부하고 또 연타로 대박을 날리고,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기적을 탄생시키고 있다.  슈퍼맨이나 할 수 있는 일을 한국의 특정 감독이 해 내고 있는 것이다.아이디어가 영화로 보여지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역사를 공부를 하지 않고서, 픽션이라 해도 역사를 언급하려면 해당 역사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며 그 역사에 픽션을 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신과의 싸움과 오류에 접해야 하는데 젊은 감독이 그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그것도 연타를 날리면서 작업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원작자 최종림 것과 100%유사성을 갖고 또 특정부분, 즉 최종림이 특정 대사를 언급했다가 시대적상황에 어울리지 않아, 즉 당시 독립투사들이 사용할 수 없는 단어임을 확인하고 사용하지 않으려 했던 그 용어까지 차용하고도 자기 작품이며 시대적으로 그렇게 가능하다고 변명하니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싶다.

프랑스에 불문학을 공부하고 철학을 공부한 사람도 잘 사용하지 못하는 ‘데카당스’를 영화 ‘암살’에서 단원의 입을 통해 사용하게 한 것은 최동훈 감독의 최대 실수였다. 그래서 완벽한 범죄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데카당스’ 라는 표현이 소설에서도 생뚱맞아 삭제하려 하다가 최종림 작가는 잊어버리고 그냥 놔 둔 단어였다. 최종림 작가는 ‘데카당스’ 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극 중 인물을 더 잘 포장되게 하려거나 멋스러움을 배가 시키려고 슬쩍 집어넣었지만 넣고 나서 도대체 시대상황 앞뒤 어울리지 않음을 알고 지우려 했으나 지우지 못한 단어인데, 그것을 최동훈 감독이 덥썩 물었던 것이다.

드라마 공모, 영화 시나리오 공모에 응모했다가 도용당했다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꿈꾸는 작가가 있기에 작가지망생들의 반짝 반짝하는 아이디어가 도용되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을 접하면서 상처를 입고 마는 토양, 그런 상황은 지금도 진행 중인 것이다.

이번 재판에서 반드시 이런 풍토를 도려내야 할 것이다.영화 ‘암살’ 감독과 ‘코리언 메모리즈’ 소설가가 일란성 쌍둥이라 해도 최동훈 감독 상상과 최종림 작가의 상상과 같이 한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불가사의 한 것이다. 

작가의 상상이나 아이디어가 구체화 되지 못하고 허공상태에 있다면 보호대상이 아니지만 그 상상과 아이디어가 글로 표현되어 책으로 출간되어 있다면 그건 반드시 보호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저작권법 사상 아닐까?

2016-03-20 이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