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내가 일으킨(당한) 야간 주행 사고는 참 불행하고 위험 천만한 것들이었다.
십여 년 전 희랍의 성서 도시 데살로니키에서 아테네로 네려오는 고속도로 상에서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전조등에 비치는 시야 속에 누런 망아지만한 노루가 가로질러 건너가다
내 차를 보더니 갑자기 휙 방향을 틀어 내 차가 가는 방향으로 달리는 것이 아닌가!
이미 엄청난 속도가 있던 내 차는 제한된 핸들 사용각을 최대한으로 하여 노루를 피하기는 하였으나
그 놈의 엉덩이를 차 옆 부분으로 들이받고 말았다.
순간 내 차는 휘청하며 모로 세운 성냥갑처럼 되더니 다시 반대쪽으로 모로 서는 것이었다.
(이 때는 차 바퀴가 일어선 쪽으로 일반 운전자들은 본능적으로 핸들을 트는데 그렇게 하면 바로 전복된다. 이 때 핸들은, 땅에서 일어선 바퀴의 반대쪽으로 때리듯 채어 돌리면 그 바퀴가 지면으로 착지한다. 그 순간 속도를 줄이려 급 제동하는 것은 절대 금지 사항이다. )
그 속도에서 전복된다면, 축구 공 구르는 듯한 전복으로 내 인생은 그곳에서 그 큰 노루와 함께 끝날 지경이었다.
나는 내가 가진 자전거타기, 핸드 브레이크, 클러치 끊기, 역핸들법 등 모든 조종 기술들을 구사하며
약 200m를 휘청거리고서야 겨우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내가 당한 두 번째 야간 운전 사고는 아프리카 오지의 국도에서였다.
시속 130km로 달리던 내 차 앞에 갑자기 대형 트럭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 그 트럭은 시속 40km도 안되게 느리게 움직였을 것이다.
오랫동안 먼지로 덮여서 찌든 그 차 뒤에는 차폭등은 물론 번호판 불도 없었다.
아뿔사! 나는 순간 엔진 블록과 펌핑 브레이크를 한 후 크게 고함을 치며 180도 돌기 스핀턴 (Spin-turn)기술을 구사하여 다행히 내 차 뒤 측면과 트럭 뒷부분이 부딪히는 그리 크지 않은 접촉 사고를 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얼마나 둔한 운전자인지 그 트럭은 멈추지도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와 똑 같은 사고를 나는 Paris-Dakar 사하라 횡단 경주 구간에서
니제르 쪽 접선 구간 국도에서 또 당한 적이 있다.
야간 주행 첫 편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우리는 자기 차의 차폭등은 물론 모든 부분의 불이
제대로 작동하는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먼지가 많이 묻은 차는 후방에서 오는 차의 전조등 빛을 흡수해버려 자기 차의 위치를
제때에 알려 줄 수가 없게 된다.
차체가 깨끗하다는 것은 모든 불빛을 반사할 수 있기에 먼지가 묻은 차보다 야간 주행 시
자신의 위치를 더욱 정확히 빠르게 다른 차에게 알려 줄 수 있게 된다.
우리 나라의 화물 트럭들도 가끔 내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그런 차와 비슷한 차들이 많다.
후미 차폭등이 들어오지 않는 차, 들어온다 해도 두꺼운 먼지 때로 확인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자주 본다.
자주 청소하는 것이 정히 어려운 공사장 부근 대형차라면 자신의 후미 차폭등이나 야광 반사판,
그리고 번호판만은 먼지를 닦아내고 타주었으면 한다.
먼지 때로 덮여 있는 대형 트럭의 후미는 경험 없는 초보 운전자들이 들이받도록 (불러들여)
조장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겠다.
야간 주행 시 전조등이 비치는 시야 안에서도 생기는 사각지대는 또 있다.
주로 색깔이 없는 어두운 옷을 입고 있는 보행자들이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현상이다.
전조등 불빛을 보행자의 옷이 흡수해버리면 운전자에게는 그 보행자가
귀신처럼 일렁이는 검은 어둠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많은 보행자를 치게하는 원인이 되는 이 상황은
경험이 없는 운전자들이나, 피로해진 운전자들에게 야간 운전중의 요주의 사항이다.
특히 차도 안으로 들어와 택시를 잡는 위험한 습관이 있는 사람들이나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지 못하는 고주망태들이 자신의 차 앞에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것이 우리 나라의 밤거리이다.
그리고 보행인들은, 야간 운행을 하는 운전자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서 어두운 시야만으로
다른 아무런 방편 없이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횡단보도가 아닌 길을 무단으로 건너는 보행자는 운전자들의 시야에서
자신의 형체가 사라지는 현상으로 자신이 치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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