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2-02 18:12
못된 시인의 이야기.
 글쓴이 : 최종림
조회 : 5,368  
 못된 시인의 이야기,
최종림
 아조 옛날,미당과 나는 종로 낙원동 뒷골목 자장면 집에서
제법 갸름하게 생긴 안주인을 훔쳐보며 주인 여자의 비상한 얼굴 매무새에
우리끼리 요모조모 따져가며 낄낄대고 웃은 적이 있었다.
안주인은 제법 동글동글 이쁘게 생기어 자장면 한 젓가락,주인여자 얼굴 한번
넘겨다 보기를 하는 나에게 미당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속삭였다.
"얘야, 너무 자주 쳐다보지 마.....
건너편 빈 테이블을 훔치고 있는 남편같은 남정네를 눈짓으로 가르키며
"그렇게 너무 자주 쳐다보면 들킬지도 몰라...."
 
아름다운 것,특히 계란 모양이나 눈섶,무지게같이 동그스럼 예쁜 것만 보면
모르핀을 맞은 듯 찬미하는 극한의 심미안이었던 미당에게 주의를 받은 것을 보면
나도 상당한 탐미주의자임에 틀림없는 것같다. ....일설하고 아름다운 것을
탐하는 방법도 여러가지 일을게다.드러내어 놓고 찬사를 보내며 감동을
표 할 수있는 것,그럴양도 못되면 미당과 나처럼 훔쳐라도 보는 아름다운 것,
그런 것까지는 그래도 좋다. 산길에 고즈넉히 피어있는 야생화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사람들에게 꺾일 때가 많다.
아름다움을 두고 보지 못하는 인간에게 꺾이는 아까운 꽃일 때는 시심만 슬퍼진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일 때는 참으로 슬퍼진다.
단지 아름답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슬픔을 떠안는 여인들을 참 많이 보았다.
아름다운 마음씨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슬픈 수모를 당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나는 세상의 그런 슬픔을 시로 노래한 적이 있다.
"백목련 귀한 목덜미 밤바람 살뜰하여 아까우이..."라고 절규했다.
동무들아, 이리 살아 있음에,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그것만으로도
끔찍한 행복 이어늘... 아름다움을 받들며 살아가지 않으련...?
2011/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