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이 표절 주장, 최종림씨 단독 인터뷰
최씨 "아닌 것을 맞다고 하지 않는다. 영세작가 아이디어 도용은 그 작가를 죽이는 행위"
제작사측 "표절은 사실무근...흠집내기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
▶ 최종림씨가 자신의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와 영화 <암살>의 유사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허란 기자 huran79@focus.co.kr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인 최종림(64·사진)씨는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암살>이 자신의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를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만난 최씨는 “영화상영중지 가처분신청을 하기 위해 변호사를 만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저작권을 훔치는 것은 빵 훔치는 것보다 더한 도둑놈이다. 8년 동안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써낸 소설이 도용당한 것이 분통하고 억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영화를 봤는데 보는 내내 강간당하는 비통함을 느꼈다. 최동훈이 자기 작품이라고 우기면 안된다. 외로운 싸움이 되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것이다”라고 강경한 입장이었다.
-영화 <암살>이 표절이라는 근거는.
“내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와 100% 똑같은 플롯을 가지고 있다. 똑같은 대사없다고 표절이 아니지 않느냐. <코리안 메모리즈>는 임시정부 김구 선생께서 주요 참모들과 상의해 저격조를 만들어 조선으로 보내는데 황보린이라는 여주인공이 일본 요인과 친일파 거두들을 암살해 나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영화 <암살>도 김구 선생 주도로 구성된 암살단이 안옥윤이라는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친일파를 암살한다는 이야기다.”
-암살단과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이 같다고 표절인가.
“줄거리뿐이 아니다. 친일파와 일본 요인 다수를 저격하는 장소가 일본천황 생일날 총독부 연회 파티장(코리안 메모리즈)인 점과 결혼식 연회장(암살)이라는 점, 암살 장소가 숲속 길(코리안 메모리즈)과 주유소(암살)로 저격 대상의 동선에 맞춰져 있다는 점, 김구 선생과 심산 김창숙 선생이 저격조를 위해 정화수를 올리고 기원(코리안 메모리즈)하는 것과 김구 선생이 약산 김원봉 선생과 암살단의 죽은 이들을 위해 염주(암살)하는 것 등 곳곳에서 유사한 장면들이 겹치고 있다.”
-영화 제작사에 항의는 했나.
“29일 제작사에 전화했다. 항의도 하기 싫었다. 항의라기보다 내가 영화상영중지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라는 말은 전해야 할 것같았다. 수석작가라는 여자분과 통화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더니 공문이나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하더라.”
-최동훈 감독이나 제작사 관계자들이 책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된다. <코리안 메모리즈>를 영화화를 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시놉과 시나리오를 충무로에 돌렸다. 동아수출공사 등 많은 제작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제작비 문제로 영화화되지는 못했다. 영화 관계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영화 상영 전에 문제를 제기하지 그랬나.
“잘 몰랐다. 영화 개봉과 표절 관련해서도 지인들이 ‘네 소설과 똑같더라’고 연락을 해와 알았다. 자녀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해 1년에 4개월 정도는 파리에서 나머지 시간은 양수리 작업실에서 지낸다. 또 새 소설 작업을 위해 러시아를 오가느라 영화 소식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최씨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최씨는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수학하고, 프랑스 문단에 시인으로 데뷔했다. 80년대 사업가로 무역을 통해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지난 87년에는 개인 자격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 파리-다카르랠리 참가해 완주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사하라 일기>를 출간했고, 창작 오페라 <하멜과 선홍>으로 극작가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생명을 구하는 운전기술> 등 운전교습서도 출간하는 등 다채로운 작품활동을 했다.
그는 100억원 손해배상 소송하는 것은 “절대 돈 때문이 아니다”라도 목소리를 높였다.
-손해배상 소송을 하면 영화 흥행에 돈을 바라고 하는 것이라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소설 1편을 쓰는 데 얼마나 들 것같냐. 최근 새 소설 작업을 하는 데 러시아를 오가느라 수천만원이 들었다. 돈? <코리안 메모리즈>를 쓰는 데 8년이 걸렸다. 중국을 오가며 직접 발품을 팔았다. 집필 당시 새벽에 전화로 ‘네 배가 얼마나 두꺼운 지 보자’는 협박도 받았다. 그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권장도서로 선정해줬다. 함부로 건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시간과 노력이 돈으로 계산될 것같나. 대형 제작사들이 영세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것은 곧 그 작가들을 죽이는 행위다. 오히려 도둑놈들이 더 많은 돈을 버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책 판매를 노린다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저작권 침해 손해보상 소송이 처음이 아니다. 허영만 원작 SBS 드라마 <아스팔트의 사나이>가 <사하라 일기>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소송해 승소한 바 있다. 저작권 승소판례 1호다. 아닌 것을 맞다고 하지 않는다. 당당히 맞서기 위해 ‘영화 <암살>이 저격한 <코리안 메모리즈>’라는 부제로 오히려 재출간할 생각도 있다. 독자들이 직접 비교해 판단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재출간을 한다면 돈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더 커질텐데.
“내가 과거 보국무역이라는 회사를 차려 많은 돈을 벌었다. 80년대 당시 20억원 넘게 벌었다. 그 돈으로 파리-다카르랠리도 사비를 들여 갔다 온 것이고. 물론 지금은 그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도 소주값은 충분히 있다. 작가는 배부르면 안된다. <암살> 제작사측에서 먼저 판권 이야기를 했으면 100만원에라도 넘겼을 것이다. 영화화가 내 꿈이었기에 흔쾌히 허락했을 것이다.”
-비난과 상처만 남는 외로운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주변에서 말린다. 왜 이런 일을 하려고 하나, 대기업과 왜 싸우나, 하지만 과거 허영만에게 당했던 일을 떠올리면서 더 이상 가난한 작가들의 창작물이 무단 도용돼 도둑놈들 배만 불리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돈 때문이라고 오해해 나를 욕할 것이라 충분히 생각한다. 옳은 일이기에 싸울 것이다. 한국 작가들 중 생활고를 겪지 않는 인물들이 몇 명이나 될까. 거대 자본의 횡포에 글쓰는 사람들의 창작 의욕이 꺾여서는 안된다.”
최씨의 표절 주장에 영화 <암살> 제작사 케이퍼필름은 "표절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단호했다. 케이퍼필름측은 "최씨의 표절 주장에 중고서점에서 해당 소설을 구해 읽어봤지만 검토결과 유사점이 없었다. 주장이 나오기 전까지 소설 존재 여부도 모르고 있었다"라고 표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최씨가 계속 표절을 주장한다면 법적 대응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케이퍼필름은 "(최씨의)소장이 접수되지 않은 상태인데 접수되면 변호사와 상의 뒤 바로 대응할 것이다. 최씨가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흠집내기만 한다면 우리가 먼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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