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로의 송년 저녁초대...
모든 블로그 운전동지 여러분,
건강하고 행복한 2013년 새해와 함께
안전하고 즐거운 운전 한해 되세요.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그리고 St Sylvestre 라고 하는 흔히 년말은 친구들과 축제를 하며 지낸답니다. 붐비는 파리의 길을 거닐며 북적거리는 생제르만 데프레의 어느 작은 카페에서 친구들과 춤을 치며 이 날을 보내던 가난했던 그 시절 고됐지만 철없이 즐거웠던 유학시절의 제 모습을 새삼 생각해 봅니다.
그 때는 주로 흰티에 청바지를 즐겨입고 다녔는데 지금도 별로 변한 것이 없네요 ㅎ 랠리경주를 보면 피가 끓는 마음도, 언제나 핸들을 잡으면 설레이는 기분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멀리 피레네산맥에 쌓인 흰눈이 맑은 하늘과 구름사이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곳 남불에서 눈을 만지려면 한 100km 정도는 달려야 합니다. 오늘같은 날은 흰눈과 볼을
아프도록 시리게하는 고국의 추운 겨울바람을 느껴보고 싶네요.
내일 축제를 위한 일요일 아침시장에 갔더니 다른 날에 비해 무척 붐비더군요.
프랑스는 새해가 되는 저녁 12시 정각에, 우리말로는 겨우살이, 동청, 기생목이라고 하는, 기 GUI 라는 동그란 나뭇가지밑에서 사랑하는 여자와 키스를 하면 그녀와의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시장에 이 기를 따다가 파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년말에 이 기를 따려고 높은 나무에 올라갔다 떨어지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하는군요. 새들이 먹다 옮긴 나무씨가 주로 높은 나무에 기생하는 데 저는 나무에 직접 올라갈 성의는 없었고 그저 가지 하나를 2유로에 샀습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게을러지는 것 같습니다 ㅎ
보통 송연 저녁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찬 모임을 하는데 집마다 물론 조금씩
다르겠지만 평소에는 비싸 잘 못먹는 거위간을 전식으로 많이 먹습니다.
포도주 식초소스에 작은 양파를 넣은 새큼한 소스와 레몬에 곁들여 살아 있는 생굴이나 홍합등을 검은빵에 버터를 발라 함께 먹기도 하고요. 물론 차가운 백포도주가 빠지면 상상이 안되는 음식들이지요.
본식사 역시 크림소스에 익힌 가리비 조개나 버터에 살짝 익힌 도미등 해산물과 생선을 많이 먹습니다.
그리고 후식으로는 왕의 갈레트라고 하는 케잌을 먹습니다.
그 속에는 작은 유리인형이 숨겨있는데 우연히 그 인형이 들어간 부분을 골라먹은
사람은 왕이 되서 왕관을 씌워 주는데 새해에 이거 먹다가 이빨이 부러지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고 하네요 ㅋㅋ
참, 프랑스에는 반드시 후식전에 치즈코스가 꼭 나옵니다. 순하게 희게 익은 치즈서부터 많이 발효가 되 속에 파란 곰팡이가 송송 박힌 치즈까지 대여섯가지 치즈가 푸짐하게 샐러드 그리고 물론 빼놓을 수 없는 붉은 와인과 함께 나오죠.
너무 배가 부르면 중간중간 꼬냑이나 오드비라는 독한 술을 마셔서 소화를 시키면서 다시 먹기도 하는데 이걸보고 '노르망디의 쉬는 시간'이라고(배 끄지게 하는 시간) 한끼 잘 먹을 때 하는 프랑스적인 표현을 합니다.
원래 진짜 프랑스 정식에는 본식으로 생선을 먹고 스테이크등 고기요리가 다시 나오기도 합니다.
후식도 케잌을 먹고나면 샤베트나 아이스크림이 다시 나오고요...ㅠㅠ 그러니 프랑스식 정식을 한번 먹으려면 서너시간씩 한나절이 다 간답니다. 그런데 이제는 많이들 정찬코스를 가볍게 만드는 추세긴 합니다.
중국사람들 만큼이나 먹을 땐 실컷 몰아먹는 사람들이고 또한 무척이나 기분파, 다혈질적인 지중해 민족입니다 ㅎㅎ 뭐 하긴 그래서 제가 이 프랑스에서 와 살았는지 모릅니다.
저도 먹는 거하면 몇백킬로미터를 달려가 찾아 먹는 사람이고 또 한번 성질이 나면 쉽게 뚜껑이 열리는 것은 이곳 지중해 친구들과 견줄만 합니다 ㅎ
이런 화끈한 성격 때문에 이 험한 차 경주분야에서 선수로 먹고 살기도 했고 또
이런 욱하는 성질에 피해를 본 것도 있었지만...후회는 없습니다 ㅎ
한국 사나이로 태어나서 이 정도의 성깔도 없다면 어디, 무서워서 이곳에서 한
세상을 어떻게 살겠습니까 하하!
동지 여러분,
눈오는 빙판길에서는 소심하게 살살 브레이크를 쓰고,
절대
음주운전을 피하되,핸들을 놓고 하는 한잔은 배가 터지도록...
우리, 인생은 과감하게 그리고 용기있게 삽시다.
그런데!
여러분의 사랑하는 그녀도 (자동차) 연말연시 축제기간동안 그냥 버려두지 마십시요.
그녀를 그냥 두면 적어도 영하 10 도 이하의 기온에서는 굳거나 얼굴이 새파랗게 얼고 맙니다.
부동액, 브레이크오일,뱉터리 ,연료, 특히 경류차는 점성이 굳어져
연료 주입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아주 추운 날 밤은 반드시 3분 내지 5분정도 엔진을 켜고 그녀를 찾아가 한번 만져주고 오시길 바랍니다.
조회 : 12,1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