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평소 잘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블러그를 열고서도 역시 많이 듣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동차 경주 선수가 됩니까?"
저도 언젠가 제가 자동차 경주선수가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유럽에서 죽기살기로 십여년을 카레이서짓을 하며 살리라고도 상상을 못했고요.
세상에 살다보면 우연도 제법 많은 기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노자의 탓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좀 이해가 안가시죠? 당연합니다. 노자사상과 자동차 경주, 직접적인 관계는 없죠 물론...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저는 시를 사랑하는 문학도였습니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온 후 제가 유학을 결심한 건 동양의 노자사상과 그리스 피타고라스의 사상을 비교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노자는 모든 걸 다 말했습니다.
노자는 한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동양이 낳은 최대의 철학자가 아닙니까? 반면 잔잔한 신비주의의 내면사상이 흐르는 동양사상과 통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을 했답니다. 젊은 날의 생각들은 서툴기도 하지만 순수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리스의 문화와 철학을 배우기위해 이렇게 저는 그리스에 도착했습니다.
첫번째, 카레이서가 되려면 무엇보다 호기심이 많아야 합니다.
그리스의 철학만큼이나 그리스의 해안은 깊고 아름답습니다. 특히 그리스 마라톤의 바다는 깊이 35m까지 그냥 보일정도로 바다가 투명합니다.
아테네에 살던 저는 친구들과 함께 우조 술 한병과 그리스 안주 메제를 싸서 잠수를 하러 마라톤에 자주 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저는 우연히 길에서 시합을 하다 차가 뒤집어져 차안에 갇혀있는 어떤 선수와 마주치게 됐습니다.
그 선수는 병원에 실려갔고 저는 거기서 벌어진 랠리경주에 빠져 정신을 놓고 구경을 하게 됐습니다...지금 생각하면 운명이었습니다. 저도 이년후 그 자리에서 연습중 그 선수처럼 차가 뒤집어져서 부상을 입었으니까요.
두번째, 카레이서가 되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합니다.
자동차경주, 서스펜스가 넘치고 정열적인 스포츠입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댓가가 있다는 것을 또한 강조하고 싶군요.
어떤 직업이던 그렇겠지만 카레이서 역시 일대일생을 건 직업입니다. 멋있다고 한번 해볼만한 그런 가벼운 스포츠는 아니라는 말이죠. 경주중 장애자가 되거나 숨을 거둔 불행한 동료들도 많습니다.
세번째, 카레이서가 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엄청난 지원이 필요합니다.
실제 경주시간은 2%, 나머지 98%는 연습시간입니다.
나의 시간은 물론이고 가족과 내 주변의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도 함께 소요가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지금 누가 나에게 다시 선택의 여지를 준다면 저는 당연히 카레이서의 길을 선택했을겁니다. 카레이서가 되기위한 유전자가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ㅎ 무당이 되듯이 끼를 타고 나야한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안그렇다면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정상적인 사람이 죽음을 무릎쓰고 눈이 쌓인 빙판길을 시속150km로 달릴 수 있겠습니까. 아름다운 길, 위험한 길, 알쏭달쏭한 길...수없이 많은 종류의 길을 달리면서 느꼈던 것들은 글로도 표현하기가 힘듭니다. 아마 그래서 카레이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축구, 수영, 골프, 야구, 스케이트등...많은 운동종목에서 우리선수들이 활약을 하고 있는 오늘 저 또한 우리나라 태극기를 달은 자동차경주 선수가 국제적인 경기에서 빛이 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세계의 자동차경주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 경주들이 어떻게 치뤄지고 있는가를 여러분에게 쉽게 소개하고저 합니다.
조만간 있을 중요한 세계랠리시합은 1월 3일부터 1월 5일에 오스트리아에서 열릴 Jänner Rally 입니다. 다음편에는 간단히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이 밑에 보이는 동영상은 제가 오래전 참가한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세계랠리챔피언경주입니다.
이 경주 구간의 특징이라면 빼어난 경관과 바다 언덕길 소나무숲길의 전구간 비포장이라는 겁니다.
많은 랠리기술을 자유스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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