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과 원시인
차 이야기
남불의 지중해 해안을 끼고 달리는 국도는 정취 그윽한
작은 바닷가 마을들을 지나게 되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길이다.
니스에서 칸느를 지나 몽뻘리에 쪽으로가는 길에 뚤롱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나는 가난한 유학시절,이곳의 산 속에
허물어져 가는 별장과 다 찌그러진 폭스바겐 무개차를 가지고 있는,
그것들 만치 늙은 화가 친구집에서 두세번의 여름을 보낸적이 있다.
리비에라 해안쪽에서 모나코,마르세이유로 이어지는 이 길은
일년 내내 차의 패션 쑈 장처럼 세계의명차와 스포츠 카들이
지나 다니는 곳이다.
특히 여름은 원색의 수영복만 입고 운전하는 미녀들,
차의 색감에 맞춘 옷과 머플러까지 차려입고 달리는 연인들의
정겨운 거리이다.
그네들의 소리나지 않는 부와 건강의 아름다운 과시는 이방인에게도
이질감없이 볼 만한 것들이다.
나는 여늬때와 같이 바닷가로 가기위해 노화가 친구와 함께
찌그러진 폭스바겐 작은 차에 고무 보트를 실은 리어카를 길게 매달고
산길을 내려와 힘겹게 이 국도에 합류를 했을 때였다.
우리의 낡은 차 앞으로 노부부가 컨브터블 붉은 포ㄹ쉐를 타고
추월해 가며 손을 들어 보였다.
붉은 조끼에 1미터도 넘는 머플러를 차 뒤로 날리며 운전해 가는
할머니의 한껏 뽐낸 모습이 멋지기 그지없어 나도 손을 들어 보이며
아랫입술에 손가락을 붙여 '휙-'하고 휘파람을 불어 주었다.
할머니는 기분이 한껏 고조되어 백밀러에 얼굴을 붙여 윙크까지
뒤 따라 가는 내게 해 주었다.
그런데 웬 일인가...포ㄹ쉐 차 앞쪽 길에서 세차게 튀어 오른
깡통 하나가 앞차 조수석에 있던 할아버지 대머리에 부디치고 나
우리 차 앞유리로 날아 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외마디 소리가 나더니 앞차가 급정거를 하였다.하마트면
우리도 그 깡통을 맞을 뻔 했고 추돌까지 할 뻔했다.
할아버지의 이마에는 피가 낭자했다.
깡통을 던진 차는 아무 일 없는 양 이미 멀리 가고 있었다.
"...얼라 저 놈 봐라...차는 고물이지만 운전자는..."하고
랠리 파일럿이 하지 않아야 하는 경주운전을 길에서 잠시하였다.
나는 무거운 고무보트를 매단채 깡통을 내던진 그 차를 추월하여
그 차앞을 길게 가로 막았다.페인트 칠을 다니는 소형트럭이었다.
트럭 운전자는 내가 자기 차를 가로 막은 것에 영문도 모르고
험한 인상을 쓰며 고함을 질렀다. "뭐야 임마...재수없이"
나는 그에게 차를 세우고 내려라고 했더니 자기가 던지지 않았다며
도망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국도를 막고 도망하려는 그와 백주의 난투극을 벌였다.
거짓말하는 그가, 사람이 다쳤는데 도망하려는 그 운전자의 비열함에
또 내게 폭력까지 쓰는 그에게 엄청 화가나 주먹이 벗겨 질 정도로
두들겨 주었다.
곧 뒤 따라온 노부부와 다른 운전자들이 합세하여 그 운전자를 잡았다.
할아버지의 이마에서는 그때까지 피가 나고 있었다.
우리는 그날 점심도 거르고 경찰서와 병원으로 차와 보트를
끌고 다니며 그 일을 처리하고 지친 채 산속 집으로 그냥 돌아왔다.
바닷가를 가지 못해 생선도 잡지 못하여 소세지와 빵으로 죄없는
포도주만 거푸 마시며 욕설 가득한 저녁을 보낸 일이 기억난다.
그런 차를 가진 원시 미개족이 아직 우리나라 길에도 너무 많다!
길을 쓰레기통으로 알고 담배 꽁초를 너무나 당연한 듯이 버리는
그사람들...자꾸 원숭이로 보이는 내 눈이 잘못 된 것인가?심지어
담배불이 붙어 있는 채로 버리기도 하는 걸 종종 본다.
헐...그것 뿐이랴,손톱 발톱도 조수석에 앉아 깍아 하나씩 버리기도
하는,온갖 걸 다 차창문을 일부러 열고 버리는 그 원시 미개인들도
과연 우리 한국사람으로 취급해 주어야 하나를
우리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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