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조심뿐아니라 최악의 자연조건도 운전자의 결정이 생명을 좌우한다.
세상에서 가장 희한한...
내 인생 최악의 운전
내 인생에 그런 비참한 운전을 한 것은 지금까지 처음이었다.
장장 1,000km가 넘는 이태리 북부를 브레이크가 완벽히 고장 난
차를 몰고 운전한 기억은 지금도 후회스럽다.
발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순간, 처리를 어떻게 하라고 여러분께
이야기 해 주었던 필자가,그 발브레이크가 고장 난채
1,000km이상을 운전한 그 주행 행각은 여러분도 들어 보면
간접경험나마 될 것같아 고백처럼 이곳에 적는다.
부활절 휴가때 였을 것이다.
먼 길을 떠나기위해 총점검을 마친 빨간색 이태리산 피아트
RALLY라는 이름의 내 애마를 정비소에서 찾아 길을 떠났다.
아테네에서 성경의 도시 고린도를 지나 고대 올림픽이 열렸던
올림퍼스가 있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빠트라라는 항구에서
이태리로 가는 페리보트에 차를 싣고 '룰루랄라'하며 옆나라에
있는 나폴리와 로마를 거쳐 피사의 사탑도 보고,피렌체를 들려
그리스로 돌아오는 촌놈이 모처럼 출세하는 그런 첫 여행이었다.
그런데 삐뚤어진 피사 사탑을 보고 피렌체로 출발하려는데,
발 브레이크를 눌렀더니 다리를 다 벋을 때까지 쑥하고 한없이
내리는 게 아닌가.
나는 떠나기 전 점검을 맡긴 정비소 주인넘을 욕하며,
브레이크 오일이 새어버린 것을 탓하며 피사시를 다시 들어가
정비소를 찾았다.아뿔사...
부활절 휴가기간이라 다 문을 닫고,정비소마다 불이 끄져 있었다.
갑짜기 천애 고아가 된 기분이었다.
최초 중력실험을 한 비뚤어진 사탑만 보고 떠나려 했던 이 낮선
도시에서 부활절이 끝나고 정비소가 다시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려
브레이크를 고쳐 떠나야 한단말인가?
나는 브레이크 고장 난 차를 조심스레 몰고 바닷가까지 나갔다.
발 브레이크로 발이 묶여 버린 나와 떠나 온 먼 아테네와 그리고
더 먼 고국 생각을 하니 내 꼴의 한심함 그지 없었다.
부활절 축제를 복숭아꽃 만발한 마케도니아 자기 고향에 가
자기 예쁜 여동생이랑,양고기를 마당에서 통체로 구워 흙냄새나는
백포도주를 3일간이나 마시자던 니꼬의 제의를 쌀쌀맞게
거절하고 예까지와 차 브레이크 고장 하나로 속절없이 붙잡힌
석함도 나를 밉게 했다.
나는 마른 입에 이태리 짠 살라미와 빵으로 차안에서 요기를
하고 여기 피사보다 큰 도시인 피렌체로 가 정비소를 찾아 볼
요량으로 피렌체까지 위험하지만 운전을 하기로 했다.
피렌체에 도착했으나 그 곳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보아야 할 르네쌍스,인간 부활을 알린 메디치가의 모든 것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브레이크 고치러 종일을 돌아 다녔으나
모든 곳이 문을 닫았다.갓뎀...
여관비를 아끼려 추운 차 안에서 엔진을 켰다 껐다하며 피렌체
다리 밑에서 걸뱅이처럼 자고 났더니 아침부터 기침이 났다.
본디 간이 좀 컷지만 브레이크없는 차를 조금씩 운전하며 점점
간이 더 크져 나는 이태리 북부 롬바르디 평원을 가로질러 반도
동쪽 끝 앙코나항까지 가기로 조마 조마 마음의 결정을 했다.
그곳까지만 가면 아테네로 돌아가는 페리보트를 타기 때문이었다.
이제부터는 감속과 정지는 오직 핸드브레이크와
엔진 블록 이용뿐이다.
포도주(나무)밭이 끝없이 펼쳐진 오후를 지나는 롬바르디 평원은
따뜻한 햇볕과 브레이크 사용을 별로 안해도 되는,정말 아름다운
들판이었다.
그런데,저쪽 앞 하늘 멀리 햇빛 끝자락 구름사이에서 하얀 것들이
보였다. 멀리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잘 구별하는 나 였지만
그곳의 하얀 것들은 뭔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얼마후,그것들이 닥아오더니 갑짜기 대지가 안개처럼 희어지고
세상의 잡소리가 다 휘몰아쳐 왔다. "헐..헉..앗..."
저절로 신음이 나왔다.
우박이었다.
갑짜기 내 애마 피이트 랠리가 양철통으로 변하여 내 귀를 찢고도
남을 만치 소리를 냈다.
내 일생 처음 보는 우박이었다.
골프공보다 크고 야구공보다 작은 놈들이었다 !
이 평원에서 피할 곳이 없었다. 엔진블록과 핸드브레이크로
간신히 차를 멈추었다.잠시 차창을 내려 금이 가고 있는
앞 유리창에 옷가지를 던져 올렸다.
그사이 내려 친 얼음덩이에 맞은 손등이 새파랗게 멍들어 올랐다.
오른 쪽 왼쪽 백밀러도 힘없이 떨어져 덜렁이고 뒷 차유리는
수백개의 금이 가버렸다.
그날 오후 앙코나 항구에 내가 도착했으 땐 배는 이미 떠나고,
이틀 후에 다시 배가 있단다.
배 떠난 항구 한가해진 골목,길거리 카페에 앉아있던 노인네들이
만신창이 차에서 내리는 동양인인 나를 눈이 휘동그래저 보고
다 일어나 내 차 곁으로 왔다.
지붕과 범퍼가 전부 곰보가 되버리고 깨지고 떨어져 나간
내 차 꼴을 보고 모두가 웬 일이냐 란다.
나는 몇번이나 그 노인들에게 우박때문이라 설명했으나 노인들은
그네들끼리 손바닥을 자기 이마에 일렁이며, 그런 내가 약간
실성한 사람이라는 듯 취급을 했다.그리고 그런 우박이 세상에
어디 있냐며 자기네들끼리 자꾸 고개를 흔든다.
"엇,사람들... 당신네 나라에 온 우박을 본 일없다니...
조금전 일인데...." 배도 놓치고,배도 고팠던 나는 억한 심정에
그네들 끼양띠 백포도주 한병을 시켜 잔도 없이 병채로
벌컥 벌컥 들이켰다.
그 날 내가 맞은 우박은 정말 야구공만한 큰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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