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 기술 연제를 시작하며...
내가 희랍에서 자동차 조종 연습 중에 가장 많이 차를 엎는 전복을 했다.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40km쯤 가면 마라톤이라는 작은 분지 마을이 나오는데
그 마을 뒤편에 있는 야산에 만들어진 붉은 비포장 피스트에서였다.
해는 서산에 뉘엿뉘엿 져가고 그 붉고 훤한 황토 뻘에서 넘어진 차 속에서 기어 나와 절름거리며
마라톤 마을로 돌아가던 암울한 기억이 이제는 그리워진다.
그 후로도 넘어지거나 전복은 밥 먹듯 했지만, 차가 넘어지고 나면 되게 기분이 나쁘다.
아니, 넘어질 때마다 순간순간 한 번만 더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비는 마음 절절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
속도를 가진 채 넘어지거나 길이 아닌 험한 지형에서 연습을 하다 비탈에서 구르면
아무리 생명 보호 버팀 장치가 된 차도 어떤 형태로 찌그러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차의 성능 중에 믿는 것이 하나 있다. 차는 절대 넘어지지 않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길에서 운전을 하다 어떤 경황이 닥쳐도 운전 기술 상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절대 넘어지거나 전복되지 않는다.
차가 가끔 길 가운데에 넘어져 있거나 길 밖으로 나가는 것은 운전자의 실수다.
운전을 10년, 20년 이상 한 우리 운전자들의 그러한 사고는 딱 한 번이지만,
인생을 딱 한 번 만에 끝내는 결과는 운전 기술 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운전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경험을 통하여 보다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오랫동안 운전 한 사람이라도 단조롭고 한계 있는 경험 이상의 기술 운전은
새로 배우지 않으면 익힐 수 없는 것이 많다.
우리는 모이면 자기는 20년 30년 운전했다는 경력을 자랑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그 분들 중 마른 아스팔트 길 급 브레이크나 빗길 위를 달리다 수막위 차가 얺혔을때
자기 차에 오는 물리 현상을 물어보면 거의가 모른다는 대답뿐이다.
그리고 차가 뒤틀릴 때 어떻게 하느냐에도 제각기 의견이 다르다.
우리는 그런 지식 위에 우리의 생명을 얹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오랜 세월 동안 운전을 하며 깜박 실수할 때마다 그 위험천만한 경지를 통해 한 번씩 익힌
비상 운전은 빵점이다.
그것들은 다음 번에 다시 활용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처럼 어리석은 생명 노름이 또 있을까?
또 오랫동안 운전을 했다는 그 분들의 운전 자세를 보면 실망스럽다.
운전 자세야말로, 모든 운동 기술도 그렇지만 안전 운전의 황금 부위이다.
테니스나 골프는 자세가 나쁘면 공이 원하는 대로 컨트롤되지 않지만
운전에서는 자세가 나빠도 차는 바로 굴러간다.그러나 꼭 한번은 올 수 있는 위험을 잘못 컨트롤하게 된다.
그것뿐 아니라 직업적으로 매일 장시간 운전하는 운전자들은 운전 자세나 습관이 나쁘면
좀 더 빨리 피곤해지게 되고 큰 병도 운전 자세로 인하여 오게 됨을 다시 한번 더 주지하고 싶다.
우리는 잠시 운전 학원에서 운전 자세나 운전법을 배우고 그 다음은
영구히 자기 혼자 습관성 자세나 동작을 하다 몇 년이 지나고 보면, 자기 타성에 빠져버려
과연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운전 방법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자기가 취하는 운전 자세가 바른 것인지 어떤지도 모르고 있다.
분명히 5년이나 10년마다 전문 기관으로부터 운전 교정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 나라에는 내가 다닌 유럽의 그러한 재교정 과정과 안전 전문 기술을
가르치는 pilot school이 없어 안타깝다.
그토록 많이 짓는 골프장 하나의 4분의 1만 내게 주어진다면 주행 코스와 조그만 강의실을 만들어
운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아 가르쳐 많은 인명을 구해낼 수 있으련만∙∙∙∙∙∙∙.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세상에 그런 학교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자동차 전문가들도 많다.
내 꿈은 개꿈이라 치고 아무튼 유럽에서는 운전을 더 배워 보려는 사람으로부터,
큰 회사에서는 늙은 중역에서 간부까지 이 학교에서 운전 재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곳이 많다.
왜냐하면 회사의 흥망을 쥐고 있는 중요 인력이 교통 사고로 어이없이 죽고 나면,
회사도 같이 죽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전문 교정 과정과 안전 운전, 비상 운전 모두를 수료하게 되면
그 나라 보험 회사가 20~30% 가량 보험료를 내려 주는 곳도 있다.
그만큼 pilot school 과정이 안전 운전도를 높이는 주요 기관임을 사회가 인정해 주고 있다.
연전에는 어느 기관에 내가 혹 돈이 생기면 이 학교를 만들겠다 했더니 내 꿈은 좋은데
우리 한국에는 그런 학교를 인가해 줄 법이 없단다. 그리고 아직 그런 학교는 한국에는 이른 감이 있단다.
세상에 점잖은 욕은 없는 법, 욕은 안 하기로 하고 이른 세월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우선 지면으로 설명이 가능한 기술만이라도 골라 내어 pilot school을 열기로 했다.
운전 자세 교정에서 기기 사용 습관 점검, 자동차 조종 기술, 노면∙시계 적응 운전,
비상 대처 운전, 속도 운전까지 내가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대로 나의 경험을 곁들여 살펴 나가고 싶다.
물론 이러한 기술들은 스포츠 운전 기술 이전의 것들이다.
초보 운전자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 운전 경력 5년 이상의 운전자를 위한 기술들이니
초보 운전자들에게 어려운 것들도 있을 줄 안다.
그 다음 경력 20년 이상 된 노련한 운전자를 위한 교정 기술도 계속해 나가려 한다.
주지하고 싶은 것은 운전에도 분명히 우리 사회 어느 문화나 마찬가지로
이처럼 기술이 다르고 차원이 있다.
경력과 그에 상당한 기술이 갖춰진 선배 운전자들은 초보 운전자들의 위험한 실수를
알게 모르게 보호해 주어야 한다.그러한 경력운전자에게 초보 운전자는 절대 겸손해야 한다.
기술이 여러분보다 월등하고 경력 있는 운전자에게 오만 불손하게 삿대질하는 초심자들을 종종 본다.
어느 세상에서 살아 온 유아독존들이란 말인가?
또 미숙한 운전자들이 나아갈 길을 잽싸게 끼어들며 더 당황하게 만들고 사고를 유도하는
노련한 운전자들, 그들은 스스로 선배가 이끌고 가르치는 사리를 포기한 원시인 노릇을 자처하는 것이다.
그들이 자동차를 타고 돌아갈 어디에나 어른과 상사가 있고 후배가 있을 텐데
그 중간 길목은 욕설로 가득한 인성 망각 지대로 우리 운전자가 서로 합의를 보았단 말인가?
정녕 우리는 생명을 서로에게 맡기고 비껴 다니는 동지임을,
항상 피해 의식으로 마음이 불안하고 자신이 없는 우리임을 알자.
그리고 이 지면으로 불안한 우리가 한마음으로 만나, 올해가 작년보다 차는 많아졌어도
우리 동지 한 명이 덜 죽는 기적이 일어나도록 신명을 바쳐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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