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죽음의 랠리
지금 내가,조난이 두려우랴
1월21일 바람,구름
제 20코스 리샤톨-생루이 Special Stage 342km.
총 주파 거리 12.207km. 그러나 내 차의 주행거리는 15,217km가 넘고있다.
경주 주파거리와 실제 주행 거리의 차이가 사막에서 길을 잃고 해매인 거리다.
그 차이의 거리가 3만리 경주거리보다 더한 절망과 두려움으로 더 우리를
힘들게 한 인고의 거리였다.
경주 조직위 시간 아침 일곱시(현지 시각 아침 5시) 커피를 마시며
아침 브리핑을 들었다.
이제 내일이면 대망의 완주 다카르에 입성하게되니 모두의 큰 성공을 위하여
조심하라는 일색이다.
"...에미 조심하라면 속도를 내지 말라는 건데... 경주를 하지 말라는 거 아냐?
그리고 사탕수수밭 25km Special은 또 뭐야...?
브리핑장 뒤에서 일어서 듣고 있던 주자 몇명이 제법 큰 소리로 빈정거린다.
돌아다 보니 어제 해변 좁은 피스트에서 차체를 몇번이나 부디치며
접전을 벌였던 그 놈 얼굴도 보였다. 나는 놈에게 주먹을 올려 보였더니
놈은 어제와 같이 또 혀를 쑤욱 빼어 보이며 웃는 것이 아닌가.
10km. 오늘 경주 구간 거리가 짧은 대신 이곳 사탕수수밭 속의 넢과
미로 25km를 지독히 어렵게 만들어 그곳을 빠져나가야 해변으로 갈 수있도록
되어있다.
출발하는 곳에는 이 나라의 민속 음악과 광대들이 속이 뒤집 힐 정도의
굉음과 악마의 얼굴들로 화장을 하고 우리들 앞에서 펄떡 펄떡 춤을 추고 있다.
"저게 환영춤이라는 게지...우리를..."
시모나의 말에 불편 심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원참 환영하는 것도 유분수가 있지... 제게 춤이라고 추는 것이냐?
...우리나라 개다리춤도 저것보다는 보기 좋다..."
평균 방향 180 -200도,하늘에는 구름도 해도 보이지 않는다.
묘한 날씨다.시궁창같은 사탕수수밭을 힘들게 지나 내륙으로 비껴 지나가는
초원속 피스트에는 초록빛 잎이 풍부한 나무들이 뛰엄 뛰엄 서있다.
이곳은 생명의 땅이였다.
고목나무들 아래에는 잘 빗겨낸 스칸디나비아 여인의 머리결같이 빛나는
긴 풀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삭막한 죽음의 사막에서 이십일간은 내 기억에는 2년보다 더 긴 시간이었다.
128.48km 앞쪽 왼 타이가 휠에서 벗겨져 버렸다.모래가 깊어 타이어
공기압을 줄이면서 너무 공기를 많이 뺀 것이 화건이었다.
빠지기가 싫어,깊은 모래지표에 마찰을 많이 얻어내려다 오히려 벗겨 버린
꼴이 되었다. 타이어가 모래에 빠진거보다 더 어렵게 되버렸다.
꼴 좋다는 식으로 보고 굉음과 먼지를 일으키고 지나는 차들 속에서
우리는 거물판과 담요를 포게어 그 위에 조심스레 자키를 올려 차체가
오르는 만큼씩모래와 돌을 휠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차에 있는 모든
딱딱한 것은 다 그 밑으로 쑤셔 넣었다.
그리고 또 차체를 들어 올리는 자키 밑을 또 보강하고... 미치겠다!
지나가는 놈들이 내는 먼지를 입도 가리지 못하고 그대로 마시고 있다.
아무래도 파리로 돌아가면 노틀담 성당 옆에 있는 페병원으로 가
의사가 안해 주겠다해도 나는 반드시 내 허파주머니를 홀딱 뒤집어
모래먼지로 가득 찼을 그곳을 씻어 내고 말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그리해야 더러움에 절은 내 심신이 정화되어 살아 남을 수 있을 것만 같다.
160.20km. 부족 마을옆에서 바로 좌회전해야 할 길을 모르고 지나쳐
직진을 했더니 열대도 넘는 차들이 몰려 있었다.
분통이 터졌다. 또 길을 잃고 저 멍청이들과 합류하다니...ㅉㅉ
나는 시모나가 분명히 이 차떼들과 같이 휩쓸릴 걸 알고 조수석으로
그를 밀어 넣고 내가 핸들을 잡았다.
그리고 과감히 온 길로 지나쳐온 부족 머을까지 돌아갔다.
시모나는 벌써 조난을 이 시합에서 두번이나 당한 경력자다.
그들 대부분은 이런 때 조난에 대한 공포증으로 과잉반응을 일으켜
경주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 길을 잃고 경주를 포기하는 일이 있어도 여러명 같이 몰려있는 것을
택하기 때문이다.
그는 제작년 사하라 횡단중 길을 놓쳐 조난 후 4일 밤낮을 마지막 차의 본체
바퀴 타이어까지 태우며 구조를 기다린 쓴 경험자이다.
그가 사하라에서 사라진 동안 그의 아내 까롤린과 아이는 TV에 나와
연일 울었던 유명세까지 가지고 있는 터다.
그날 오후 나의 간 큰 선택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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