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경주
"사막의 염소소녀"
총주파 10,847km 모래먼지 섭씨 45도
갈수록 자동차들이 지나간 피스트 자국이 흐릿해 지더니 사막 한 가운데서
피스트가 사라져 버렸다.
그 많은 자국을 남긴 차들이 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시모나와 차에서 내려 쌍안경으로 사라진 피스트 흔적을 찾아 보았다.
차 지붕위로 올라가 높은 곳에서 사방을 살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멀리 신기루가 바다와 섬을 만들어 아른거릴 뿐 아무 것도 없다.
되돌아 가야한다.
우리는 다시 차에 올라 우리가 온 길로 우리차가 만들은 바퀴자국을 따라
다른 여러대의 차 바퀴자국이 나 있던 곳까지 가서 방향을 다시 관측하기로
했다.
조금전 피스트를 찾기위해 차 지붕위로 올라가며 차 범퍼에 짚었던 오른쪽
손바닥이 데인것 같다, 아릴정도로 화끈거린다.
핸들 잡을 일이 걱정된다.
249km. 길을 처음 잃은 곳으로 돌아와 차 깊숙히 넣어 두었던 정밀지도를
끄내 사막판에 펼쳤다. 지도위에 우리가 있는 지점에 나침판을 올려 놓고
시모나와 의논 끝에 220도 방향으로 정하고 직진진행(가장 위험한 주행법)을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결정이 정확하지 않으면 경주는 당연히 끝이다,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가다 기름이 떨어지면 그것으로 생과사가 불투명해지는 무인지경 사막속에서
조난이다.
297km.지표가 점점 검어지고 한두개의 먼저 지나간 차 자국이 나타났다.
그리고 한참후 지형이 끊어지며 아득한 절벽 계곡이 나타났다.
입에서 휘파람같은 탄성이 나왔다.미국의 그랜드 캐년이 비교 될만한 아찔한
절벽아래로 빨려들어가는 가녀린 피스트가 보였다.
일단은 로드북 책자의 지형지물로 복귀되어 조난은 피했다.
우리들의 독도법이 정확했다.
해발 5-6백미터의 지층이 끊어진 고원의 절벽아래로 실핏줄같은 좁은 피스트를
우리는 전률하며 감겨내려갔다. 장갑이 땀에 젖어 축축하다.
마른침이 넘어가는 목구멍 아래서 휘파람같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어릴때 본 만화책속에 그려진 깍아지른 낭떠러지가 이것이었구나"
대부분 우리 경주선수들의 죽음은 일순간이지만,예서 떨어지면 바닥에 닿을 때까지 세상 친구들 한테 인사도 하고 하느님께 도착 신고를 하고도 시간이 남겠다.
저녁 9시4분.비박마을 칭게티 도착.
뜨거운 차 범퍼에 데인 손바닥처럼 운전으로 곤두섰던 흥분상태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얼음에 채운 맥주캔을 아카텔사 전용기 조종사가
건네주어 마셨더니 속이 좀 가라 앉았다.
마을은 먼지 속에서도 활기가 있고 사람사는 동네같다.
아주 험하게 헐벗은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저녁을 하고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갔다.
동네 청년들과 여자들이 우리 차쪽으로 몰려왔다.
이곳 모리타니아는 유럽사람의 피가 조금 섞여서 인지 얼굴상이 서구형으로
생기고 가므스름하니 처녀들은 곧 잘 예쁜 얼굴도 있다.
기름을 넣는 동안 동네사람들이 차안까지 얼굴을 들이 밀고 차 구경을 했는데
그 중에 참한 처녀가 차 안을 한참 들여다 보길래
"여...아가씨 예쁜대..."
하고 무심코 했던 말이 문제를 불러 일으키고 말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나를 정색을 하고 바라보면서 정말 자기가
예쁘냐고 물었고 정말 자기가 예쁘면 자기를 당장 데리고 가란다.
나는 깜짝놀라는 시늉을 하며 서울까지 가서 살겠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그러겠단다.
'맙소사,낸들 당황하지 않으랴'
저으기 놀라는 내게 그녀는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암양 두마리만 사 주면...아버지에게 그걸 주고 난...운전수 아저씨를
따라 갈 수있어요"
또 한번 놀라는 내게 정말 이라고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조수석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멍하게 듣고 있던 시모나가 눈을 꾹감아 버리며
의자아래를 몸을 내려 버리고 말이없다.
"아가씨는 예쁘지만,나는 위험한 카레이스가 직업이라... 아가씨는 분명
생과부도 될 수있 테니까 그만두어요"
처녀는 사라져 버렸고,기름을 다 넣고 떠나려는 나에게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그녀의 오빠와 함께 왔다.
암양 두마리만 사 주고 자기 동생이 이 마을 최고 미인이니 데리고 가란다.
기가 막혔다.
"아이고...불쌍한 처남,집도 지어주고 날 평생 먹여 살려 준다면...
이곳에 장가 올 수있겠네만..."
그는 쾌히 그렇게 하란다.환장 할 노릇이다.
내가 타고 있는 이 차만 가지고 오면 택시 운전사로 아주 잘 살 수있단다.
나는 기절하는 시늉을 하며 눈을 감아버렸다.
시모나가 그들을 간신히 달래 보내고나서 내게 지독한 독설을 퍼부었다.
"야..이 노란 멍청아... 출세했구나,
모리타니아 택시운전사하며 잘 먹고,잘살아...임마"
"................"
"근데...임마, 넌 지금 장가갈 기력조차 없잖아?
....다 죽어 가는 놈이 여자라면...꼴에 생색은....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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