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경주 17
죽음의 20분,악몽의 주행
바람이 차를 더 흔들어 대더니 이윽고 신기루같은 노란 모래먼지가
우리 차를 감싸 버렸다. 시계 0,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이곳에서 차를 멈추면 절때 안된다는
것이다.
모래가 깊어 이곳에서 차를 멈추면 차는 다시 출발하지 못하고
차를 버려야 한다.이런 모래에서 멈추었다 다시 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멈췄다 움직이면 차의 바퀴가 점점 모래 속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이미 그 사고로 수십대의 차가 모래에 빠져 경주를 끝내는 것을
익히 보아왔다.한대당 수억,수십억원을 들인 차들이 말이다.
멈출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모래폭풍속 앞이 보이지 않는데...
내가 어찌해야 된 단 말가?
하느님도 대답을 해 주지 못한다.계속 가느냐...멈추느냐...갓데믓
나는 계속 시계 제로에서 차를 움직였고...앞에 절벽이 나타나건,
바위가 나타나건 나는 죽음을 향해 달릴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은
예까지와 차를 모래에 차를 묻는 것보다 나은 일인가를 판단 할 이성이
망각된 시간이었다.
솥뚜껑 안 같은 양철지붕아래의 차속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달려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차안에서 미쳐나갈 것 같더니 갑짜기 한기같은
소름이 몸에 돋았다.
안절부절 시모나는 내게 나침판 방향만 손까락질 해 줄 뿐 쥐죽은 듯했다.
베토번 7번 3악장 아다지오가 생각났다.
꿈결같은 잔디위 평원으로 시속 397km로 그 음악을 들으며 달리고 있는
겁없는 내 모습이 기억난다.
나는 자책했다.지금 시속 50km도 안되는 속도로 달리고 있는 내가
이리 죽음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니...
391.50km.갑짜기 시계가 무한으로 열리고 파란 하늘이 보였다.
벽 하나사이마냥 걷고 나온 우리는 앞이 안 보였던 모래폭풍속의
죽음으로의 명상은 사하라의 신기루처럼 내 마음에서 사라져 버렸다.
내가 사는 보이는 세상이다!또 달리자.
(* 사실 나는 이 경주를 끝내고 빠리를 돌아 온 이후로도 몇년간을 그 악몽의 순간을
연상하며 소위 말하는 전쟁공포증으로 고생했다.가슴이 답답해지고 얼굴이 뜨거워지며
몸 둘바를 모르고 당황해 지는 병 말이다. 이 글을 연제를 시작하며 잠시
그 병세를 느꼈었다.앞이 보이지 않는 이십여분의 주행은 내 일생의 악몽이었다.)
부족 마을을 돌아 다시 사막으로 진입.나침판 250도.
모래 먼지로 그윽한 마른 입속을 인삼물로 씻고 보리빵을 모래알처럼
씹으며 요기를 했다.
열이 오른 몸은 계속 식은 땀이 나고있다.나 처럼 차의 라디에이터도
열이 정상보다 더 올라있어 불안하다.
사람은 열이 올라도 쉬 죽지 않겠지만 머신(경주차)은 쉬 죽을 수 있다.
주파기록 게이지는 경주구간 거리보다 약1500km를 더 한 11,500km를
넘었다.
466km.나침판 270 정서방향.
와디(마른 강)와 모래산 줄기를 간신히 빠져 나가니 한 그루
에삐나(가시나무)밑에 낙타 대상이 쉬어 가고 있었다.
저네들이 마시는 놀랄만치 단 차 한잔 얻어마시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시간이 없다.
나는 그들에게 크게 손을 흔들어 주며 그들을 지나쳤다.
그들도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505km.긴 사막모래가 끝나고 마지막같은 산줄기가 우리 눈앞을
가득히 막고 서 있다.
쇠진한 몸속에서는 체념이 앞선다.
낮은 골을 찾아 2km를 왼편으로 내려와 공격 루터를 정했다.
차에서 내려 시모나와 나는 지점 지점에 표시를 하고 헛세를 부리듯
악쎌러레리터를 끝까지 밟아야 함을 서로에게 가르쳐 주었다.
세계 최고의 조종운전자들이 무슨 짓인가 싶지만 공격운전은 체력과
용기가 있어야 함인데 저 산을 넘기에 우리 둘 다 체력,용기 둘 다를
상실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서로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었다.
가공할 일이다.
넘어 가야 할 산은 환상적인 분홍빛으로 아름답기까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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