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랠리
모래폭풍속...
나침판 250도.호갈산맥
새벽 주자의 죽음을 보고 나도 시모나도 꺽여버렸다.
차의 속도가 죽은 귀신이 붙잡듯이 나가지가 않는다.
몇십미터 깊은 모래를 죽는 소리를 하며 빠져나가면 돌밭이 나오고
눈이 아플 정도로 머리를 흔들리며 그곳을 지나오면 모래와 돌이 섞인
지표가 나오고...참 지독한 것들의 끝없는 연속이다.
마음이 뒤집혀 어지러움이 계속되더니 구토가 나왔다.잠시 돌밭위에
차를 얺어 놓고 차에서 내렸다.
시모나는 계속 내 등을 쳐주었고 입에서는 침밖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허리를 펴고 충혈된 눈을 들었더니 멀리 사막끝 밤쪽으로 노랗고 붉은
아침노을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잔인하다.
이마에 손을 얺으니 머리가 떠겁게 열이 나고 있었다.
시모나가 핸들을 잡았다.
차에 오르자 말자 그는 미친듯이 차를 몰았다.
로드 북도 읽어 주지않고 나는 몸을 묶은 안전벨트에 두손을 잡은체
끝없이 흔들리며 꿈과 무의식속을 빠져 들었다.
"설마,이대로 죽는 건 아니겠지...?"나는 내 스스로 중얼거리며
의식을 붙잡으려 애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우리가 지나는 이곳은 적도 북부,지구상 가장 사람이 살기어려운
인간이 갈 일없는 곳이다.
이제 며칠,이 마의 산맥계곡만 빠져나가면 꿈같은 대서양이 나온다.
내 얼마나 그 바다를 보고 싶어했나?
그기까지는 죽어도 가야한다.
348km. "....엇,퓨딴...부따나..."시모나의 고함소리에 눈을 뜨니
우리의 차는 와디(마른 강바닥)속 먼지속에 갇혀 있었다.
언듯,언듯 시계가 몇십미터씩 열리는 공간속을 차지 할려고 다른 차들과
다투며 시모나가 옆차 파일럿 놈들에게 하는 욕설이었다.
" 엇,창녀같은 놈...비껴 임마...퓨딴....죽을래?"
다른 랠리 경주에서는 상상 할 수없는 욕지껄이들을 이 파리-다카르에는
예외이다.
벌써 보름이 훨씬 넘도록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하며 목숨을 걸고
죽기살기로 달려온 넘들이라 다 눈이 충혈된체 뒤짚혀 있다.
모두가 한계를 넘어 있다.비박장소에서 싸우는 넘들도 있다.
나는 시모나에게서 핸들을 받고 싶었으나,차가 튀어나온 돌에 부디치며
깨지는 소리를 내지만 지금 이 순간은 차를 멈추게 할 수도 없다.
먼지속 보이지 않아도 무조건 달려오는 뒷차들에게 들이 바치기 때문이다.
오후2시.검은 바위밭을 지나 바람에 만들어진 모래산을 한시간 반동안
평균 시속 20km도 못되게 빠져 나왔다.그런데 웬 일인가?
모래산을 돌아 나오니 눈앞 세상이 온통 부옇고 노랗다.그리고
조금 있다 차에서 온통 깨 볶는 소리 나는게 아닌가.
모래 폭풍이었다.지독한 바람이었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하루밤사이
모래산 몇개도 옮겨버린다는 것을 책에서 읽은 적은 있지만 대단한 기세의
폭풍이었다.모래를 막기위해 뜨거운 차안의 창문을 다 닫고나니 페부와
얼굴이 쏱뚜껑 안처럼 데워 지는 것 같았다.미칠 것 같다.
창과 차체를 때리는 억수의 모래 알갱이는 소리만 들어도 따갑다.
생명을 다 해가는 머신의 온갖 부분을 저 모래가 파고든다고 생각하니
두려워 지기까지한다.
머신(경주차)이 나보다 먼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차를 휘청거리게 하는 이 폭풍속에 불쌍한 애마는 그래도
아슬하게 잘도 달려가고 있음이 고마웠다.
저쪽 하늘위로 뱀같은 모래바람이 긴 기둥으로 오르고 있다.
끝없는 하늘로 높이 오르고 있는 그 회오리 모래바람은 우리의 차를
더 크게 흔들어 대었다.
나무 우거진 섬들의 끝없는 바다가 보였다 모래를 기둥처럼 감아
하늘로 엄청나게 높이 올리고 있는 이 사하라는 정녕 지옥으로 가는
동화속 세계의 나만 눈 뜨고 있게하는 환상이었다.
떠거운 적도의 햇볕 속 창문 닫힌 양철지붕 아래 갇힌,페부와 얼굴이
타오르고 있는 살아있는 지옥말이다.
신열이 올라 뜨겁던 내 머리는 더 높이 올라 간 차안의 열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버린 것같이 무색해져 아픈 것도 모르겠다.
보온병 속 얼음물에 바스티스를 타 깊게 몇모금 마셨다.
초록빛 깊은 박하 향이 차갑게 가슴으로 흘러 들었다. 살 것 같다!
운전중에 알코올 기운있는 바스티스를 마시면 온갖 잔소리를
해 댈 시모나이지만 그는 아무소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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