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경주
하늘 먼지속 보름달
사바나 초원속에서 잃으버렸던 바시쿠누 마을을 찾아
초원의 원주민이 가르켜 주던 그의 손가락 방향을 나침판에 올리고
한시간 이상 달렸다.
불안한 마음 그지없다. 원주민 손가락 방향을 믿을 수 밖에 없이
무턱대고 달리는 심정 한심하기도 하고,허기진 눈은 감감해 왔다.
그런데 왠 일인가,산 하나를 돌아 나오니 지평선 쪽으로 넘어간 우리들을
앞선 행렬이 일으 킨 먼지가 붉은 황토 빛으로 피어 올라 있었고
그 아래 산자락에 보름달이 걸려있는 양이, 산보다 큰 얼굴로 산 허리에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아이였다면 그걸 달이라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달이기에는 그 달은 산보다 더 큰 형상이었고 여태 나는 그렇게 큰 달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직까지도 어찌하여 그날 방아 찧는 토끼 형상이 연연히 들어 있는
아프리카의 달이 그리 큰 것으로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조용한 초원의 평화를 깨고 먼지천지로 분탕질을 해 대는 우리들
무뢰배들을 마음에 담아 두고 보고있는 어머니같은 얼굴이었다.
442.50km. 바시쿠누 마을 어귀에서 부터 인가가 뛰엄 뛰엄 나타났고
기겁하는 차소리에 놀란 낙타들이 벌떡 일어나고 개와 염소들도 달아난다.
차라는 것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이 곳 개들은 마치 우리가 순한
큰 짐승쯤으로 알고 만만하게 달겨 들기도 하며 장난을 건다.
그리고 희한한 것은 이곳의 염소들인데, 움직이는 양이 개와 같이 활발하고
무엇을 먹을 때는 앞발까지 사용하는 것이 신기하다.
마을로 들어서니 길에 평화로이 드러누워 있는 소들과 서 있는 당나귀들이
아예 비켜 줄 생각을 않았다.
'무슨 이런 것이 있냐'는 듯 큰 눈으로 우리를 바라 보기만 했다.
나는 빨리 가야하는 심산에 "진짜 너희들은 소,당나귀구나"하고 분통을
터트렸지만,곧 마음 속으로 나를 질책하며 그들에게 사과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마을 외곽으로 지나갔어야 했을 구간 코스를 모르고
우리가 마을 안으로 들어 와버린 것이었다. "...하뿔사...미안"
480km.단단한 황토 땅과 모래펄 사이는 도로 턱에 부디치는 충격만큼이나
크게 우리 주자들을 힘들게 한다.
권투 선수가 강한 주먹에 턱을 맞았을 때 만큼 아찔하다.차가 깨지듯 내는
충격음이 차안에 울려 아주 큰 총소리가 난다.
이제 우리들의 차는 빠리 베르사이유 궁전을 떠날 때의 화려하고 멋진 색깔의
그 모양이 더 이상 아니다. 더럽기는 집시들 차보다 더하고,
대부분 찌그러지고 한부분이 부서져 있거나 한 귀퉁이가 아예 없다.
한번쯤 굴러 마른모꼴이 된 채 그냥 달리는 차도 있다.
우리의 애마도 단단한 밸트로 감싸 묶고 달린지 오래다.
522.90km. 예비 연료 탱크가 새고 있다.
예비 연료 탱크는 차 뒷좌석을 없애고 그 자리에 200리터 탱크를 설치 한
것인데,오후부터 나던 기름 냄새 이유를 찾이냈다.
하지만 그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아직 70km가 더 남았는데 불안하고 참기 역겨웠다.
태양이 또 앞 유리로 내려왔다.
먼지와 기름 냄새로 폐부가 끓어 오르고, 땅에붙어 돌아 앉지 못하는
석굴암 부처님처럼 속절없이 타는 해를 쳐다 보며 달리고 있는 얼굴에는
불이 붙은 것 같다.
" ...어차피 포기한 미남 얼굴...아예 여자들에게 예쁨받기는,
평생을 포기해,임마..."
나는 처연하게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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