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세번째
 
작성일 : 13-02-08 17:13
지옥의 자동차경주 사하라15일오후
 글쓴이 : 최종림
조회 : 4,914  
 
 
지옥의 자동차경주
 사하라15일 오후

 말짱하게 신기루도 사라진 곳은 가도가도 험난한 사막,사막....
 
바다와 숲 우거진 섬들이 사라진 사하라는 내게 거짓말을 한 것같았고
잠시 그 거짓말에 풍성한 마음으로 바다를 탐했던 일이 바보스러워
은근히 약이 올랐다.
 
"...병신,없어진 바다에 약이 오르다니...."
보름이나 이 험난한 사막에서 매일 죽을듯 말듯 하며 이 놀음판에서
살아있음이 나를 조금씩 미쳐가게 하고 있는 것같은 마음이 들었다.
 
174km,나침판 250도. 모래가 지루해 진다.
 
자로 재어 오듯이 더듬어 온 사하라 10,000km 길 없는 곳,
갖가지 험한 지표를 한치 놓치지 않고 몸으로 훑어 낸 나날이
을씨년스럽다.
 
모래먼지 속,사시나무처럼 흔들린 요동의 긴 스트레스를 더 받아 낼 장소가
내 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이 참기를 더 못할 때 미치고 마는, 그런 때를 순간 순간 느끼고 있다.
 
217km. 시멘트 색깔 모래 수렁을 헤매고 우리들 둘다 회색 스누피가
되어 있었다. 멀리 하얀 소금 밭이 보인다.
말라버린 호수 전체가 하얗다.
 
먼지가 일지 않는 소금 호숫가를 모양대로 타며 최고 속도를 냈다.
호수 왼편에는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죽어 있었다.
사막에서 살다 죽은 나무들은 동물의 뼈 색깔을 닮아 처참한 모습이다.
 
무언가 억울했는 듯 그네들 대부분은 뿌리를 하늘로 가르키며 가꾸로 죽어있다.
생명이 그리 좋은 것이어,애타게 한번 살아보려 한 욕망의 흔적이 모습에
역역히 어려있다.
 
고갈된 이곳 모든 물기와 기운을 모으기 위해 저렇게 엄청난 뿌리를
텃세로 내렸건만,한번도 멋진 잎과 꽃을 피워 내지 못한 채 그처럼 저네들은
한순간도 제대로 살아 보지 못하고,평생을 살려고 애만 쓰다 만
안타까운 형체들이다.
 
황금과 명예에 집착한 사람들이 한번도 제대로 살아 보지 못하고 마는....
죽을 때의 애타는 그 모습을 닮은 것 같다.
 
나침판 270도,미쳐 나갈 것 같다.
경주 석굴암 부처님은 동쪽 아침해 앞에 앉았지만, 나는 지금 모리타니아
사막으로 넘어가는 오후,정 서쪽이다.
 
앞 유리창을 떠나지 않고 달라 붙어 있는 이글거리는 해는 부처님도
이곳에선 미쳐, 벌떡 일어나고 말 것이다.
지금 나는 일어나기는 커녕 핸들을 잡은채 얼굴도 돌릴 수 없이
해바라기를 하며 해 밑으로 난 끝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그 길로
고개 까딱도 말고 가야 한다.
 
따가운 볕발에 얼굴을 내어 붙이고 있으면 내 속에...허파가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있으면 더 미친다.
 
햇발이 더 내리면 앞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여러분은 정서쪽 늦은 오후
태양을 안고 차를 달려본 경험이 있는 지,)
"....앞이 않보이는 곳에서 자동차경주를 하라니....엠병할... "
나는 소리 내어 투덜거렸다.
 
해가 땅쪽으로 내릴 수록 지표의 상태나 지형지물 판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기린처럼 목만 앞으로 자꾸 빠진다,좀 더 가까이 자세히 보려고.
 
"...200미터 앞 큰 나무 두그루......600미터 앞 경사,급한 내리막...."시모나는
아랑곳 하지않고 로드북에 고개를 박고 열심히 그것을 읽어 내리고 있다.
약이 올랐다.
 
"...엇,병신아 앞이 보이지 않는데...쫑알거리면 뭘해...주둥이 닥쳐 임마...."
천자문 외듯 하던 시모나가 내 고함소리에 뚝 그쳤다.
 
그리고 그의 두손으로 하인의 흉내를 내며 내 얼굴에 비치는 해를 가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