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세번째
 
작성일 : 13-02-08 16:45
다카르랠리 논픽션.사하라일기<열사흘째날 전반>
 글쓴이 : 최종림
조회 : 4,641  
다카르랠리 논픽션.사하라 일기
<열사흘째 전반부>
1월 13일.맑고 건조
총 주파거리 7,732km.오늘 구간 타우아-니아메
 
오늘은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에 입성하는 날이다.잔뜩 기대된다.
아침6시 기상. 몸 상태가 좋지 않다.몸이 무겁게 쳐지고 계속 눈이 감긴다.
어제 저녁,이곳 토인들이 구운 양고기를 먹은 것이 탈이 난 것일까?
 
모기에 많이 물려 뇌염 증세같기도 하여 겁이 난다.아니면 축적 되어온 과로로
기여이 몸에 병인 난 것일까...아뭏튼 죽고 아픈 건 두고 볼 일이다, 나는 간다!
아침 9 시 46.80km 지점에서 정북 방향으로 수정,얼마 후계속 미끄러지며
초원의 나무들을 피해 가다 고목에 차의 허리가 걸쳐질 뻔했다.
 
미끄러지며 틀리는 방향으로 역 핸들로 전력을 다해 핸들링을 했으나
차의 엉덩이가 또 부디쳤다...살짝,그러나 시모나는 콧수염을 치켜 세우며
눈을 찡거리며 쫑알거렸다.
 
"에 임마 잘 해...바보같이... 허기야, 엉덩이가 다 깨져 버렸으니....
여자 매력은 다 떨어져 버렸지 뭐...버릴 년이야 어차피..."
벌써 몇번이나 부디쳐 뒤가 일그러진 것에 체념 섞인 불평이다,하지만
경주가 끝나면 페차를 해야 할 것이지만 나는 이 정든 애마를 한국으로
가져 갈 예정이다.
 
대망의 다음해 우리 한국차를 만드는데 프로토콜,모형차로 사용해야 한다.
67.50km. 검은 빛이 도는 황무지에 수 많은 흰 개미 집이 나타났다.
그것들은 황토로 쌓아 올린 단단한 탑 같았는데,어떤 것은 사람 키를 훨씬 넘었다.
 
101km. 내리막 벌판 속의 많은 웅덩이를 오르내리며 차는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듯이 죽는 소리를 내고 있다.마음이 아프다.엉덩이까지 깨진 것이...
로드북에서 고개를 드니 건너편 언덕아래 맑은 호수가 나타났다.
 
찬란한 햇살에 눈이 부쉰 물가에는 소 떼와 낙타 떼가 목동과 함께
물을 마시고 있다.
 

그러나 이곳 마을 사람들은 건조한 흙먼지 속에서 조악하게 살고 있다.
아이들은 씻지 않은 때로 피부에 굵은 각질이 생겨 있다.이렇게 물 좋은 마을이
황페해 있음이 내 마음을 얄굿게 한다.
 
하지만 저 흙먼지 속,쎄시로 가려 진 그네들 얼굴 그리고 그들의 얽은 나무집
깊숙한 어디쯤에는 내가 본 적없는 안식과 편안함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내가 조금 다르게 살았을 뿐이려니...우리도 오랜 동안 토담집 부엌너머
방 한 칸에서 예닐곱 식구,군불때고 긴긴 겨울 힘들게 살아온 인구가
대부분이지 않았느냐...
 
164.25km. 인가두 촌락지남.
깊은 모래와 와디 방향 나침판 방향 270도 정서쪽으로 계속 직진.
234km.돌멩이 길의 연속으로 하도 머리가 무거워 헬맷을 벗어 버렸으나
메주만한 돌들 위로 터덜거리는 차에 눈알까지 튀어 나올 듯하다.
 
마을 어귀에 노인 한명이 쓰러져 있었다.차에서 급히 내려 보니,
노인은 머리와 배가 아픈 시늉을 했다. 배에 큰 혹같은 것이 나 있었다.
 
노인의 몸짓,표정으로 봐서 심한 병에 걸린 것같다....에고...에고..슬픈 것.
 
나는 차 의자 밑에서 우황 청심환을 꺼내어 한알을 입 안에 넣어주고,
나머지는 호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마침 우리들 위로 날아가던 S.O.S 의료 헬기가
우리 차의 사고로 오인하고 요란한 먼지를 일으키며 내렸다.
 
헬리콥터 문이 착륙과 동시에 열리더니 약 상자를 들고 의료진이 뛰어 왔다.
 
"엇...! 저 멍청이들 봐... 그래 잘 왔어...
이 노인이 진짜 너희들 손님이야... 잘 해줘..."
그들은 앙상한 노인의 엉덩이에 겁나게 큰 주사기로 주사를 놓았다.
 
그리고 그들도 한웅큼 약을 노인에게 건넸다. 우린 그들을 두고 그냥 달아났다.
 
" 저 노인...복 터졌는데...그런데 약 너무 많이 준 것 아냐?"
시모나가 염려하며 소리 질렀다.
"염려마 임마..."나도 엔진소음에 고함을 질렀다.
"내가 준 약은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고...많이 먹어도 안 죽어...임마"
316.50km. 아 뿔사...우리 앞을 낮게 날아 간 헬리콥터에 피투성이의
경주자가 고무 튜브에 싸여 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차는 바위 언덕 아래 굴러 떨어져 있었다...오 사하라의 하느님...!
....그들을 살려만 주십시요....나는 그들이 떠난 피 흘린 빈자리에 앉아
구겨진 담배 한대를 피워 물고 깊이 고개를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