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모래둔덕을 오르기 위해 저단 시프트 다운을 하여 엔진의 무리한 과부하로 불연연소된 새카만 연기를 피우는 4륜 트럭
1월 12일.시로코(사막열풍) 무한시계
총 주파 7,132km.오늘구간,아가데즈-타우아 518km.
아침 5시 기상.더위와 모기에 잠을 설쳤다.차 일반점검,연료 280리터.
계기 작동 OK.
비박장소,구간출발 체크 포인트를 떠난 10분 후부터 도도한 평원이 펼쳐졌다.
알제리의 북사하라로부터 줄곳 종단해 내려온 우리들 대열은 서서히 방향을 틀어
횡단 코스로 접어 들어가고있다.대서양이 나올때까지....
오늘 우리가 지나는 이곳은 사하라 남부에서 적도까지 전개되는 대초원 지대다.
깊은 모래. 몇시간을 달려도 달려도 계속되는 초원에는 아프리카 거인의
머리털같은 억센 풀과 띄엄 띄엄 가시나무가 늘어서 있고,
가끔 샘이 나타났다. 샘 주위에는 목동과 당나귀가 그림 속같이 머물러 있고,
낙타와 양 떼가 주위에 흩어져 있었다.
그것들의 얼굴들은,대부분 초식동물들이 그렇듯 가만히 있어도
하느님이 복준 얼굴이다.
풀이 없는 붉은 황무지에는 큰 동물들이 죽어,뼈만 고스란한 형체대로
반쯤 묻혀 있었다.사람의 손이 아직 가지 않은 니제르 평원은
죽은 듯이 살아 있었다.
오전 11시.오늘 코스는 유럽 포뮬러 스피드 경주 선수들에게 유리한 코스다.
시계가 열려있고 피스트 상태가 붉은 땅으로 좋아지고 있어,트랙 선수들은
그간 헤매며 잃어버린 시간을 단축하려 미친듯이 달리고 있다. "미친 놈들..."
또 시모나의 독설이 시작되었다." 저 놈들 오늘 또 몇놈 비행기 타겠구나..."
그 말은 또 넘어져 비행기로 유럽 병원으로 후송 된다는 뜻이다.
".....야-임마 로드 북이나 잘 봐....우린 별 놈이냐,임마 ?"
우리들 일행중 예닐곱명은 트랙을 도는 포뮬러 경주에 세계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달리기만 하던 그들 대부분, 깊은 모래와 구렁텅이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0km, 초원의 고른 땅 위로 절로 생긴 피스트의 상태가 좋아,
평균 시속 150km-200km는 족히 유지할 수 있는 코스이다.
하지만 이 초원 어딘가에 자연 웅덩이가 숨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속도가 있는 차는 항상 속도 그 자체가 모든 위험을 다 포함하고 있다.
154km, 초원 초원,지표가 모래로 변하고 있다.
커브를 돌때마다 10m 이상이나 차가 바깥으로 밀린다.
그런 피스트를 지그재그로 나무를 피해내며 좌우 20m이상 드리프트되는
미끌림으로 왈츠를 추어대며 가시나무와 마오밥나무들을 피해 가고 있다.
자동차 경주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
정해진 회전각을 정확히 타 내는 기술일 것이다. 속도와 회전각,지표 상태 계산에
주자의 착오가 있으면 차는 수십 바퀴를 전복하면서 100m이상 굴러가 버린다.
198km.피스트를 잃어 샘가의 목동에게 방향을 물었으나,
천진난만한 웃음뿐 말이없다.
" 어이...갹쏭(소년)....길...길말이야...길,가는 길말이야..."
나는 타는 속으로 또 둥글게 지붕을 그리며"....빌리지...빌리지(마을)말이야...
어디로 가냐구...?"
아-환장한다,소년은 불국사 부처님처럼 미소만 짓고 말이 없다.
나는 시모나에게 고함을 치며 화풀이를 해댔다.
"....야,이 돌머리야...차 빼....되돌아 가....메르드(똥대가리...).
우리는 갔던 길을 40km 아깝게 되돌아 나와 30도나 방향을 우측으로 수정하여
초원을 가로 질렀다. 차 바퀴 흔적도,피스트도 없는 곳의 가장 위험한 질주다.
잿빛 고라니같은 두놈이 우리 차 진행 방향으로 앞 질러 도망하고 있다.
시속 140km이상으로 거친 초원을 달리는 괴물은
순식간에 그놈들을 따라잡아 지나쳤다.
답답하고 막막하다...가던 방향을 30도나 수정하여 가고 있는 이 길(길 아닌)이
과연 친 타바라덴 마을로 가는 방향이 맞지 않으면,우린 조난이다.
- 아프리카의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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