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첫번째
 
작성일 : 13-02-08 15:16
사하라 일기: 일곱째 날- 2
 글쓴이 : 최종림
조회 : 3,495  
과열로 모터사이클이 불타버린 주자의 울음. 우리는 그에게 우리의 비상 식량을 다 주었다.
그가 구조되려면 3~4일은 걸리기 때문이다.
...(전 포스트에 이어 계속)
“이 엉터리…. 저 멍청이들과 쏘다니는 기차놀이를 언제까지 하려고 해. 기름도 180L밖에 없어!”
이 바보야... 나는 헤매고 있는 차들과 같이 돌아다니려던 시모나를 질책했다.
 
그는 작년 모리타니아 코스에서 4일 밤 4일 낮을 조난 당해 벤츠 4륜 구동차의 스페어 타어는 물론
본 타이어까지 태우며 구조를 기다리다 차를 그곳에 사장시킨 쓴 경험이 있다.
 
물론 파리의 모든 가족들은 그가 죽은 걸로 단정하고 유족들(?)이 TV화면에서
연일 울고 불고 한 희비극이 있었다. 그런 일을 당하고 보니 그는 조난이라는 데 과잉 반응을 자주 보였다.

2시간 15분 만에 로드 북 피스트 진입에 성공했다.죽을 고생을 했다.

162km. 반쯤 모래로 덮인 산과 산 사이를 몇 개나 비집고 나오니 죽은 산의 돌무덤이 시작되고
그 너머 노란 사막이 도도히 펼쳐졌다. 또 두려워 진다.
 
시계는 트였지만 부드러운 모래가 깊어 달리지 못하니 마음만 지평선 끝으로 달아나고 있다.
지형 지물이 있는 부근의 사막 표면 상태는 짓궂도록 불규칙했다.

250.40km. 오후 4시 33분. 시계는 사막 또 사막. 다시 방향을 잃었다.
방향 130˚로 수정 후, 시모나에게 핸들을 넘겼다.
오후 내내 이 넓은 모래밭 위를 제 멋대로 방황하는 차들이 많았다.
 
우리도 또 저 멍청이들의 대열에 끼어들다니…, 이제는 더 이상 지형 지물도 없었다.
나침반과 거리 계기만 붙들어야 한다.

나는 처음으로 눈 앞의 사막이 바다로 변해 버리는 신기루 현상을 봤다.
전방 수km 너머는 푸른 색이 도는 은빛 천지다. 불안 속에 계속 방향 130˚로 주행.
그러나 길을 잃었을 때는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달릴 수 없다.

391.30km. 방향이 맞았다. 고장나 수리하고 있는 팀을 만났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202번 주자, 페스카롤로의 차로 차동 장치의 치명적 고장이란다.
 
틀림 없이 그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5시간 이상 페널티를 받을 것이다. 아깝다.
오늘 오후까지 우리에게 낙오 신호(X자 사인)를 해달라는 2대의 차를 보았고
2대의 오토바이 중 1대는 불타 버렸다.
 
우리는 몇 쪽밖에 안 먹는 레이션과 비상 식품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구조가 늦어질 때를 대비해 음식과 물만은 넉넉해야 한다.나도 언제 저리 될지 모른다.
 
467.50km. 막막한 사막 계속. 오후 8시 42분. 아직 240km나 남아 있었다.
두번이나 길을 잃어 버리는 바람에 4시간이나 허비했기 때문이다.
 
밤에는 절벽이 겁나 훨씬 속력이 떨어진다. 오늘 밤에 잠자기는 걸렀다.
내일 아침 다음 구간 출발 시간 전까지만 도착했으면 좋겠다.
 
엊그제부터 내일까지 내내 운전을 하면 80시간 동안 2시간 밖에 못 잔 것이 된다.
혹시 내일도 잘못하여 자정 전까지 도착 못하면 또 잠을 못 자게 되고,
그 때는 이 귀중한 경주을 포기해야 한다. 더 이상 눈 떠 버틸 힘이 없었다.
 
마음이 초조해지고 온 몸에 땀이 솟았다. 내일에 달려 있다.
험한 노정이 문제가 아니라 잠이 문제였다.
 
만약 여기서 포기한다면, 고국의 올림픽의 아침에 내 나라 차와 팀으로 참가하려 한
내 포부는 허사가 되고 내 뜻을 도운 국내외의 멋진 선배 친지들에게 면목이 없게 된다.

497km 우리는 체력이 쇠진해지고 무서운 졸음에 시달릴수록 운전석을 거의 30분마다 바꾸었다.
바람막이 모래산 옆에서 저녁 준비를 했다. 별들이 하늘에 가득했다.
 
그 별무리들은 갖가지 모양과 힘으로 내가 모르고 있는 어떤 것으로,
태초부터 나와 연관이 있다는 무엇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알퐁스 도데의 별 이야기가 기억났다.
 
스테파니네 집 목동과, 이렇게 메커니즘 놀음에 젖어 있는 나는
마을이 그립고 별을 신비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으리라.
사하라의 밤은 별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낮은 인간을 성하게 하는 대지가 넓어 넓어 가다
바람이 불어 가는 날 빛 끝으로 막아 버리는
하늘이 지평선에서 담을 쌓고,
밤에는 별을 거느리고 오는 정결한 하늘을
심술궂은 땅이 반이나 가려 버리누나.
 
피스트를 이탈한 채 한 판 겨루고 있는 주자들. 나는 이곳에서 먼지를 열 숟가락도 더 마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