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첫번째
 
작성일 : 13-02-08 15:10
사하라 일기:일곱째 날 -1
 글쓴이 : 최종림
조회 : 3,305  

체고의 괴물 터럭 타트라팀. 애석히 그네들은 며칠후 구렁에 빠져 사막 영귀가 되었다.
친절하고 생글 생글거리던 좋은 친구들이었는대... 잘가...친구들....!
1월 7일. 맑고 모래 바람.
총 주파 거리 4,541km. 오늘 구간 타마라셋(Tamarasset)에서 알리트(Arlit) 705km.

2시간 수면. 커피를 코펠에 담아 서서 마시고 있는 내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화란 TV 팀이 가로막았다.
사람 꼴이 아닌 내 모양이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다.

“이봐! 원숭이들한테 보여 주는 TV 프로그램 만드는 거요? 내가 세수한 날, 인터뷰 약속 하겠소.”
도망하는 나를 쫓아오며 기어이 그들은 인터뷰를 해갔다. 미친 여자한태 뺨 맞은 기분이다.

8시 5분, 와디의 홍수로 사태가 난 2개의 끊긴 피스트 앞에서 하마터면 쉽게 경주를 끝낼 뻔했다.
 
많은 선수들이 접선 구간에서 아깝게 탈락하곤 하는데, 마음의 긴장이 풀려있는 탓이리라.
오늘 접선 구간 57km 중, 두 번째 크레파스 속에 입방아를 찧어 20분이나 허비하여
남은 8분 동안 스페셜 구간처럼 미끄러지고 튀며 달려야 했다.

67km. 오래된 보루 옆 싸리나무로 둘러쳐진 집 3채 있는 마을 이름이 타가우오란다.
앞으로 90km 더 가면 알제리 국경을 넘어 니제르로 들어가게 된다.

69.40km. 와디 몇 개를 건너 340˚방향으로 우회전한 후, 다시 나침반 방향 248˚로 좌회전.
80km 이상을 와디의 마른 바닥을 따라 내려갔다.
 
마른 강바닥은 부드러운 흙모래였다. 먼저 출발한 차들이 내는 먼지는 장관이었다.
 
이 먼지 속 시계 15m도 안 되는 데서 앞차를 추월해 내려면 고도의 운전 기술보다는
죽음의 용기가 필요하다.
가끔 우리 차를 멋지게 따돌리는 차의 경주자들의 용기도 용기거니와 뒤로 처지게 되는 우리 차는
순간 먼지에 휩싸여 시계 제로 상태가 되어 버린다.
 
물론 급정거해야 하고 시계가 트이는 만큼씩 다시 속도를 내야 한다.
그러는 사이, 가속이 붙은 또 다른 뒷 차가 추월해 가면 또 장님이 되는 억울함을 겪어야 한다.
대포라도 있으면 놈을 쏘아 주련만...분통터진다.
어렵지 않게 앞지르는 방법이 있긴 있다.
 
넓은 와디 속에 또 작은 와디가 있는데, 가장 최근에 소량의 빗물이 흘러내린 곳은
지면이 비교적 단단하고 먼지가 일지 않는다. 바로 이곳에서 앞지르는 대전쟁이 벌어진다.
 
그러나 그곳도 사활의 위험이 걸리는 곳이다.
다른 작은 줄기의 와디와 합류한 흔적에는 반드시 50cm~1 m의 층계(Marche)가 생겨 있어
차가 공중을 날다 꽂혀 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와디의 긴 바닥을 이제 막 출발한 우리 차들이 내는 먼지는 최대 시계 30m밖에 되지 않았다.
터번으로 사막 안경만 내놓고 얼굴과 머리를 휘감았으나 먼지를 마시지 않는 방법은 없다.
그 동안 먼지를 열 숟가락은 더 마셨을 것이다.
 
유럽 파일럿들은 속으로 들어간 모래 먼지를 씻기 위해 주로 우유를 많이 마신다.
그러나 우리 나라 탄광촌 아주머니들이 잘 만드는 돼지 삼겹살 볶음보다 나을까? 거기다, 소주 한잔까지 곁들이면…
…아-, 먼지 그득한 입 안에 침이 나와 절로 넘어간다.

144.58km. 로드 북에 있는 지형이 실제로 나타나지 않아 길을 잃어 버렸다.
10km이상의 넓은 와디 골짜기에 속절 없이 갇힌 꼴이 되었다.
 
골짜기를 더듬다 넓은 공지로 나올 때면 여러 대의 차가 제멋대로 이리저리 쏘다니고 있었다.
144.85km지점 부근 와디 구렁에는 방향 감각을 잃은 땅개미 떼들의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우리가 가는 방향과 거꾸로 지나쳐 가고 있는 차가 있는가 하면,
한 대의 차가 방향을 잡아 자신 있는 속력으로 달아나면 여러 대의 차가 급히 그 차를 뒤쫓고...
한참 후 몰려갔던 골짜기를 되돌아 나온다.웃음도 나오지 않는 장관이고 별꼴이다.
모두들 혼자 방향을 찾아 달아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건만 혼자 조난 당하는 게 싫어 몰려다니는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방향감과 거리감이 없어진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차 한 대가 리비아 국경까지 넘어가 버린 불운한 일이 생겼고,
이날 37대의 차가 만 24시간 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아깝지만 나는 시모나에게 20km 이상을 되돌아 거슬러 올라가게 했다.
폭이 수km나 되는 와디에서 방향을 잡아 거슬러 오르는 것도 문제였다.
 
나는 멀리 있는 지형 지물에 기준을 잡아, 제2거리 계기로 거리 추산과 감산을 작동시키고
주 나침반 방향을 고정시킨 다음. 비상 나침반으로 임시 방향과 거리 계산을 했다.
 
시간 손해를 많이 보더라도 확실한 지형 지물까지 되돌아가는 데는 과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