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첫번째
 
작성일 : 13-02-08 15:03
사하라 일기:여섯째 날
 글쓴이 : 최종림
조회 : 3,385  
1월 6일. 모래 바람.

총주파 거리 3,836km. 오늘 구간은 인 살라(In Salah)에서 타마라셋(Tamarasset)까지 819km.
아침 5시 기상. 어둡고 차가운 모래 바람. 아직 한 번도 양치질, 세수를 못 해봤다.
 
모두가 모래 먼지와 기름 때로 한 겹을 뒤집어 쓰고 입과 눈만 제 빛으로 살아, 추위에 젖어 있는 모습들은….
‘인간 자존심’을 위해 적지 않으리라.걸뱅이들...
비박 장소에는 어제 아침 엘 골리아를 출발했던 차들이 지금까지 먼지를 일으키며 도착하고 있었다.
 
“에미! 이 아침부터 먼지를 마시누나.”
우리도 자정 후 35분에 도착 신고를 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모든 차는 의무적으로 도착 신고를 해야 한다.
도착 신고도 없이 차가 코스에 없는 것이 비행기로 확인되면 조난으로 간주한다.
 
수천수백 명이 참가하는 이 대회에는 각종 사고나 코스 경계로 20여 대의 비행기가 동원되나,
조난된 차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사고 부상자를 실어 나르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코스를 벗어난 조난차 수색 비행기는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많은 스폰서들이 자기 팀을 보호하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나 전세 경비행기를 이용한다.
어제의 비박 장소까지 34대의 차량이 각종 사고로 낙오되었고,
중상 9명은 S.O.S 항공편으로 유럽으로 후송되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6시 현재, 50대의 차가 미 도착인 상태였다.
자정 넘어 도착한 차들 중 우리처럼 비행기 보조 팀이나 정비사가 없는 가난한 팀들은
그들 손수 정비를 하고, 노선 책을 보며 밤을 쇠고 다음 코스를 떠나야 한다.
 
더욱이 오늘 코스는 819km의 돌 계곡과 사막 언덕 공략의 험난한 코스였다.
나는 떨리는 아침 추위에 커피를 마시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본래 내 나라나, 나 자신 아무 것도 없지 않았는가.
 
사우디 중동으로 노동자들이 나가 달러 벌어 오기 전 국고가 3천만 달러밖에 없기도 했지.
그리고 그 즈음 내 유학길은 국법으로 손에 백 달러를 들려 보내야 했었지....
그렇듯, 저 덩치 큰 부자들도 견디는데, 몸으로 버티는 신체의 한계를
가난한 나라 청년 이 한 몸이 못 버티랴.
 
그 중에 너는 엄청난 돈을 들여 처음으로 선진국 이 부자 놀음에 끼어 들지 않았는가….
....잡념도 가끔은 필요한가 보다. 나의 이 스치는 잡념이, 지친 심신에 활기를 주는 듯 했다.
허리춤을 덜썩 올리며 엇-싸하고 배에 힘을 주며 차에 올랐다.
 
나 보란 듯, 시모나도 목을 빼 흔들며 늑대소리를 하늘을 향해 지르고 차 안으로 들어왔다.
오전 8시 43분 출발. 30초 간격을 두고 떠나는 차들의 먼지가 줄로줄로 하늘에 오르고 있다.
‘해내리라. 오늘 코스에서 가장 많은 차가 부서지고 해체되는 날이다.
 
웬만큼 죈 나사도 다 풀어지는 819km, 마의 코스이다.
시속 170km. 작은 구덩이와 흙무덤을 지날 때는 차가 1m나 높이 튀어 4~5m씩 공중으로 날아 오른다.
우리 시골의 잘 닦여진 비포장 도로 같았다.
 
49.70km 지점. 라디에에서 차가 거꾸로 넘어질 뻔했다.
차가 비틀려 세바퀴가 하늘로 들렸다 땅에 간신히 접지했다.어-휴...
방향 10°의 거의 북쪽에서 다시 방향 60°로 수정하고, 15분을 달리니 전방에
서서히 돌산 줄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 개의 산을 낮은 등성이로 넘고, 산 사이의 와디를 건너려고 했으나 차가 오를 만한 곳이 없었다.
방향 130°쪽으로 향하여 출구를 찾아 계속 와디를 내려갔다.
 
제2속도계 가동. 와디의 가시나무 잎을 뜯고 있던 야생 낙타가 둔한 앞발질을 하며 도망을 한다.
102.68km. 또 하나의 산등성이를 올라탔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헤매도 내려갈 곳이 없었다.
오늘은 계속 지형 공격에서 적지를 못 만나고 있다.
 
“야, 시몬.... 이쪽 경사를 돌면서 차가 들려 일어서면 왼쪽으로 틀어 원심력을 받으면 될 것 같은데….”
 
30분을 헤매고 난 후, 시모나는 나의 말에 따랐다.
 
나는 차의 뒷면에 되도록 많은 무게를 주기 위해 차 뒤에 매달렸다.
차가 48° 급경사에서 내리 꽂히는가 했더니, 좌회전하면서 원심력을 받아 왼쪽 언덕을 돌았다.
이 순간, 나는 차가 틀리는 쪽 언덕 받이로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모래언덕 경사에 떨어졌다. 몇 번 몸을 뒹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모나는 차를 멈추지 않고 그냥 내려가고 있었다.
 
“엇-에미…!” 퉤-퉤 "입속으로 들어 간 모래를 뱉어며 고함질렀다."엠병할 놈의 경주..."
화가 절로 치밀었다. 주먹보다 큰 돌을 차 쪽으로 집어 던지며 나는 푸념을 했다.
 
“이건 자동차 경주가 아냐…굶은 산적들이 뭣 잡으러 온 거지…에미!”
198km. 방향 180° 지금까지 온 일이 모험 드라마 같다.
 
수면 부족에 체력은 이미 소진되 진이 다 빠져 버렸다.
그 많은 산의 계곡과 등성이를 빠지고 또 타고 여기에 모자라 골에 몰려있는
모래 언덕을 20°~30° 기울어진 채 곡예를 한 지 2시간...아직도 멀다,갈 곳이....아고야...
얼마를 왔을까, 전방에 산이 없어지고, 검은 흙모래로 된 평원이다.
 
최대 속도. 지표는 점점 모래로 변하고 피해 갈 수 있는 노화된 검은 산들이 나타났다.
내가 오후 내내 지나친 그 산들 중엔 완전히 도퇴돼 버린 것도 있었다.
 
수억 년의 풍화 작용과 모래 바람에 깎여 조각조각 먼지로 날려 간 뒤....
나중에 남은 것은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벌거숭이로 가장 견고한 바위 성분만 남는다.
 
그 단단한 바위들도 풍상과 세월 속에 금이 가고 허물어 내려 먼지로 닳아가다,
기어이 동물이 죽고 뼈를 이 사막에 형체대로 남기듯,
수억 년 전의 거대한 산은 모래밭 위에 까만 바위 뼈를 한 무더기씩 남기고 있었다.
 
‘아! 산들도 이 사하라에서는 죽어가고 있구나....
70년을 살다 갈 인간 앞에 장구한 세월의 흐름과 산의 주검들을 보는 감회는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80분 동안이나 죽어 가는 산의 뼈 무덤을 큰S자 커브를 그리며 돌아 지나갔다.
 
오늘, 내가 지나간 얼마 뒤,
내가 죽고 난 한참 후,
너도 남은 너의 검은 몸체 무게대로
사하라 밑으로 내려가 버리리라.
 
혹, 이 장대한 시경 앞에 산이 죽어 가는 것으로 내다본 내 작은 시심(詩)이,
지질 학자의 과학적인 이론으로 말짱 거짓말이 될까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