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첫번째
 
작성일 : 13-02-08 14:59
사하라 일기:다섯째 날
 글쓴이 : 최종림
조회 : 3,659  
1월 5일. 바람 없음.

엘 골리아- 인 샬라(El Golea-In Salah) 679km.
파리로부터 총주파 3.017km. 아침 5시 기상. 들판 야영은 추웠다.
 
커피와 보리 비스켓, 비타민 농축 젤리로 아침.
오전 6시 7분 출발. 엘 골리아 마을을 관통하여 셰바라(Chebara)방향. 나침반 110°.
비교적 고른 피스트. 시속 180km로 달려 미리벨(Miribel)의 페허된 보루 스페셜 구간 진입.
잠시 종려수 아래 마른 샘 앞에서 긴 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오전 9시 5분. 가끔 와디(마른 냇가)가 나타나는 것 외에는 53.50km 지점까지
시속 200kim로 직선 거리를 질주할 수 있었다.
 
가끔 와디 크레파스가 나타나 차를 10m 이상 미끄러지며 급정거하게 했다.
그러나 오후부터 맞게 되는 200~400km까지의 코스에 비하면 이건 양반 가마길이었다.

68.70km. 나침반 120°. 절대 피스트 탈 것.
큰 모래톱과 심한 웅덩이로 차가 튀어 오를 때마다 안전 벨트로 묶지 않은 머리만 헬멧 무게를 더하여 흔들렸다.
 
수백개의 와디를 계속 가로질렀다.
와디 속에는 앙상한 가시덤불이 모래빛으로 말라 군데군데 모여, 언젠가 올 빗물을 기다리며
끈기 있게 몸체를 말려가며 생을 속으로 속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생을 걸고 생을 위해 물을 기다리는 덤불……. 우리내 인생은 이익의 향유라 했던가?
저 가시덤불의 생은 손해 투성이의 빵점 인생처럼 보인다.

107.32km. 피스트 벗어나도 좋음. 2km가 넘는 넓이로 차가 지나간 자국이 펼쳐 지더니
갑자기 피스트가 급격히 좁아지며 경사 45°의 와디로 내려가는 비탈길,
군데군데의 돌더미를 피하여 여러 대의 차가 서로 지나가려고 법석이다.
 
우리들은 본디 차례가 없는 원시인간들이다.

167.45km. 줄곧 바위 언덕을 오르내린다.
차체가 30°~40°정도 기우는 비탈을 단숨에 기어 올랐다 내린다.
온 몸은 흘러 내린 땀으로 온통 젖었다.
지금 우리가 흘리는 땀은 체력 소모로 인한 것이 아닌 긴장과 불안으로 흘리는 땀이었다.

184km. 볼일 보고 시모나와 운전석 바꿈. 운전복 안의 방화복 내의를 홀랑 벗어버렸다.
차에 오르기 전 둘은 손을 마주치며 짐승 같은 괴성으로 서로를 북돋웠다.
하늘이 파랗다는 것을 새삼 마음으로 느꼈다. 붉은 모래의 배경 때문에 그런가 보다.

나침반 방향 150°. 넓은 사막을 핏줄처럼 수천 갈래로 갈라진 와디를 가로지르는 코스가 나타났다.
모래 웅덩이와 커브가 함께 있을 때는 속도를 줄이자니 아깝고 미끌어 틀자니 웅덩이가 위험하고 난감했다.

“전방 3km부터 피스트 벗어나면 안됨. 방향 180 전방 1.1km. 방향 110°로 수정.
800m, 600m, 200m 수정. 피스트 벗어남. 피스트 바깥 황야 상태 좋음. 바깥으로 나가라.”
시모나는 운전 방향과 상태를 열심히 내게 고함치고있다.

241km 지점에서 그는,
“위험! 크레파스다. 위험! 아니야, 절벽이다!”
라고 고함쳤다.

아뿔싸! 어찌 둘이 다 그 절벽을 못 보았을까?
 
속도 120km에 급격히 3-2-1단 기어로 줄여 가며 브레이크를 연속적으로 눌렸다.
 
최대한의 마찰을 위해 오른쪽, 왼쪽으로 차를 틀리게 하며 나는 속으로 하느님을 연신 외쳤다.
절벽 20m 앞에서 차의 감속 속도로는 절벽 앞에서 멈출 수 없음을 직감하고 직선으로 끌리게 하다
핸드 브레이크를 살작 올리며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었다.
 
이러면 차는 엉덩이를 전면으로 180°뒤틀리는 현상이 생긴다. 나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차는 둥글게 오른쪽으로 차체가 밀리더니 200°가량 뒤틀리며 절벽 6m 정도 앞에서 멋지게 멈췄다.
이 때의 멋지다 함은 살았다는 말이다.

휩싸였던 먼지가 사라졌을 때 내 차는 분명히 절벽 위에 아직 남아 있었고
나는 운전대에 머리를 묻고 있었다. 온몸에 식은 땀이 나고 힘이 일시에 빠져버렸다.

“에이, 병신아! 이 병신!”

나는 연거푸 시모나에게 욕을 했다. 욕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멍청아, 60m 앞에 와서 절벽 위험 신호를 해 주다니……멍청이.”
물론 경주자도 전방 관찰을 하지만 바로 지척의 지표를 훑어가다 보면 순간 전방 관찰을 못 할 때가 있다.
 
작년에 일본 팀이 이런 곳에서 비행기처럼 절벽을 날아 내려 황천길로
떠난 사건이 생각나 온 몸으로 진저리를 쳤다. 우리도 그와 같은 꼴이 될 번 했다.맙소사...하느님.

우린 평소 말을 놓는 사이지만 그가 나의 친구가 아니었다 해도 할 수 있는 욕은 다 해주었을 것이다.
실컷 욕을 하고나니 속이 좀 풀렸다,우리말에는 없는 프랑스말로하는 욕의 매력이다.
 
계속 절벽으로 지면이 끊긴 와디의 연속이었다.
이런 날은 500km구간이라도 실제 주행 거리는 800~1000km 정도에 이른다.

595km 지점까지 왔을 때 완전히 밤을 맞고 말았다. 아직 황야와 돌밭 계곡이 84km나 남았다.
우리는 체력 소모를 다 하고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더 가야 하느냐, 아니면 야영을 하고 새벽에 떠나느냐를 망설이다 30분만 쉬고 가기로 했다.
커피를 끓이고 고단백 분말 음식을 물에 타 약처럼 마셨다.
 
절인 쇠고기와 뜨거운 커피는 조금의 여유를 생기게 했다. 별이 총총했다.
절벽에 떨어지지않고 내가 아직 살아 있어 저 별을 볼 수 있음이,
내 모르는 이름 없는 이에게 보내는 감사로 그윽하다. 한 수 시가 절로 나왔다.
 
지중해 大洋에 절여진
내 노랑 머리는
몇 년 전 꿈쯤은
색깔로 기억하지.
 
종일 天地는 해거름
百年도 넘은
거리 끝에 오면
남은 老人들이 처마 밑에서
冊을 팔고 있었지.
 
알량한 사랑이야기
달려가 버린 지혜
나는 왜
쓰레기처럼 흩어져 있는 그것들에 연연하여
마음 편치 못해
몇 해나 이 都市를 서성거렸나.
 
토막 난 논리들이
하늘에서
정신 빠졌다 밤별이 되어
사하라사막으로 날아간 뒤,
이젠,
비가 왔었지, 꿈에.

며칠째 젖은 찬바람 하늘 내음,
낡은 땅 끝에서는
그림자만큼 새로운 기분.
 
복고풍 넓은 바지를 입고
슬픔이 부재된 연장들은
호주머니에 쩔렁이며
사랑 연습을 하고
그 때---
휘파람 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