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첫번째
 
작성일 : 13-02-08 14:46
사하라 일기: 죽음의 경주는 시작되고...셋째 날
 글쓴이 : 최종림
조회 : 3,796  
1월 3일. 알제. 맑음....시작

아침에 선실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눈을 뜨니 배는 알제리 항에 정박해 있었다.
이 대회가 알제리를 통과함에 따라 알제리 정부 고위 관리가 마중 나와 있었다.
 
대회장 질베르 사빈느 씨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염려 말라고 하며 밖으로 나간 지 20분 후,
아직 세관 안에 있는 내게 몇 명의 수행원을 거느리고 그 고위 관리라는 사람이 다가와 손을 내밀면서,

“불행히 남한과는 양국 외교 관계가 없어 비자를 내주지 않는 것을 관례로 하고 있고,
더욱이 알제리 현지에서 비자는 절대 어려운데 특별히 비자를 내 주니
한국에 돌아가면 알제리를 잘 소개해 주시오.”라고 했다.
 
나는 머쓱해지는 기분을 억제하며 감사를 표시하고 ‘Your Excellency’라고 존칭을 써 주었다.
 
‘남한은 국력이나 교역량이 북한보다 몇 배나 많은 나라이며 우리와도 외교가 트이길 바라고,
그러면 알제리 국익에도 도움이 될 줄 안다’라고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는 옆 수행원에게 눈짓을 하더니 따끈한 아랍 커피를 권했다. 나는 따뜻한 커피에 몸을 녹이며,
“정치가나 외교관은 아니지만 한국의 유일무이한 자동차 경주 레이서로서 부탁 하나 할 수 있다면……,
 
88올림픽이 서울에서 있다는 것 아시죠? 이런 현시점에서 알제리와 한국이 양국의 스포츠 외교로부터 정부 차원의 외교가 시작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라고 말했더니, 덩치 크고 노인인 그 관리는,
“그런 의미로 비자를 주니 돌아가거던 알제리를 잘 이야기해 주고 우리 정부의 호의도 전하여 주시오”
라고 말하며 나의 가슴에 달린 올림픽 호돌이를 보고 ‘브라보 코리아 올림픽’이라며 다시 악수를 청했다.
 
나는 서울 올림픽 배지를 그들 모두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오전 9시, 알제리 수도 알제 외곽 스타디움에서 우리는 623km 떨어진 자르다이아(Gardhaia)로 향해 출발했다.
 
비가 오고 있어 흙탕물이 차를 덮쳤다. 50km 지점, 브리다(Blida)를 지나 높은 산간 지대로 들어섰다.
알제리 해안에서 계속되는 기름진 땅은 이 산줄기를 넘으면서 끝나고 광대한 북 사하라가 시작된다.
산간 코스는 우리 나라 강원도 산골짜기처럼 높은 절벽과 계곡, 커브가 많은 길로
내가 평소 좋아했던 자신감 있는 코스였다.
 
비옥한 산간에 많은 종려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1시간 후, 나무가 점점 드물어지는 고원 지대를 지나 광막한 황야의 지평선 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평균 시속 170km~180km. 점점 황야는 사막성 벌판으로 변하고 땅으로 낮게 깔리는 모래 바람이
뱀처럼 우리 앞을 가르며 지나가고 있었다.
 
몸에 전해지는 타이어의 감촉이 미묘해 핸들을 시모나에게 넘겨주고 우리 가곡을 크게 틀었다.
 
우리 차는 도요다 랜드 크루저이며 시모나가 사막 모래에 며칠 작동 못할 것이라고
붙이지 말자고 한 카세트 장치를 고집을 부려, 차를 개조 할때 붙여 왔다.
 
본래 경주차에는 차체 중량을 1g이라도 줄이기 위해 차의 내장품이나,
자동차의 무거운 부분은 나사 하나까지 빼버린다.

내가 튼 우리음악, 가곡은 이 막막한 사막 황야에서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었다.
 
살구꽃 피는 아기자기한 내 고향, 섬세한 땅거미가 동네 골목으로 스며드는 내 나라의 정다운 노래는
황폐한 광야 천지에서는 의미 없이 들렸다.
 
그래도 노면 상태가 좋아 나는 지휘자, 시모나는 목을 빼고 ‘떠나가는 배’를
흉내내며 오페라 가수처럼 불러 재꼈다.

황량한 석양 속에 묻힌 군데군데의 기적 같은 오아시스를 지날 때는 황야 빛을 닮은 양 떼들과 목동,
그리고 젤라바(Djellabah)를 입고 터번을 얼굴 깊숙이 감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알제(Alger)로부터 500km지난 곳에서 볼일을 보고 비스켓과 오렌지로 요기를 하고 또 달렸다.
저녁 6시 55분, 자르다이다(Gardahaia)에 도착했다.
 
사막 끝으로 갑자기 언덕이 나타나며 그 아래 분지에 큰 오아시스 마을이 나타났다.
“아, 저기에도 삶의 불이 켜져 있구나.”

비박 장소에 오니 이 코스에서 5대의 차와 2대의 오토바이가 사고로 우리들로부터 낙오되어
병원으로 날아갔단다. 죽음의 대질주가 시작됐음을 실감했다.
 
우리가 온 코스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수십 배 험한 코스가 내일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밤 침낭에서 사막 별을 올려 보며 기도하리라.계속 가게 해달라고...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