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림 아직은 그래도 많이 지치지 않았다. 얼마 후 체중이 11.5kg 줄었다.
프롤로그
1987년 1월 1일 파리에서 출발하여 파리를 기점으로 22일 동안 다카르까지 도착하는
자동차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스페인을 통과한 후 항구 바르셀로나(Barcelona)에서 페리호(Ferry Boat)로 지중해를 건너 알제리,
니제르를 거쳐 사하라를 종단한 후, 다시 말리, 모리타니아의 사하라를 횡단하여
아프리카 서해안의 세네갈, 다카르에 도착하는 세계 최장거리 13,000km의 자동차 경주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해 보는 흥미 진진한 게임이었다.
그 동안 몇 년 간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이 파리- 다카르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조직과 편성 등에 관한 자료 수집과 복잡한 경주 규칙을 익혀 왔다.
다행히도 내게는 무국적이었지만 친구들이 반자이라는 별명까지 불러주는 랠리 경력 주자였고,
그간 뜻이 맞는 몇 명의 한국 지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고국에서 열리는 서울 올림픽의 해인 1988년, 순수한 국산차와 팀으로
파리-다카르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곧 계획에 착수하였다.
대회 본부가 있는 파리에 ‘파리- 다카르 자동차 경주 한국 위원회’라는 전진 캠프를 차리고,
87년 답사 경주를 떠나기로 했다. 참가자는 나였다.
물론 내 차는 순위 결정만 없을 뿐 일반 경주 수칙을 다 지키며 전 경주 코스를
다른 경주자와 똑같이 달려야 했다. 그런데 경주 노선에 문제가 생겼다.
알제리는 우리 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있을 뿐더러 북한과 친밀한 관계여서
입국 비자를 받는 데 수월치가 않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파리-다카르 대회 본부와 회장 질베르 사빈느 시가 책임 서약서를 써줘 알제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나의 경주 참가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나의 경주 참가에 아낌없이 도움을 주었다.
생사를 염두에 두고 임하는 경주여서 그런 도움은 나에게 많은 힘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나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번 대회에는 25개국이 참가했는데, 155대의 오토바이, 320대의 자동차, 70대의 트럭이 참가했고,
특히 일본은 5대의 경주차를 출전 시켜 27명의 TV팀 기자들이 몰려왔다.
한 대의 경주차에는 경주자와 보조 경주자, 둘이 타며 이 한대의 차를 보조하는
스피드 보조차(Speed Assistance Car) 1대와 사막, 산악용으로 개조된 트럭1대 이상이
정비사 3명과 부속 장비를 싣고 뒤를 따르게 된다.
별도로 경비행기에는 2명의 또 다른 정비사와 경주 임원들이 타게 된다.
그들은 비행기로 다음 도착지, 사막이나 평원에 내려 낮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다가
선수차와 보조차가 도착하면 일단 요원에게 휴식과 잠자리를 준비해 놓고 자신들은
밤새 차를 정비하면서 다음 구간 경주 일체를 준비한다.
이와 같이 자동차 경주에는 엄청난 인원과 장비, 조직이 필요하다.
이곳엔 세계 각지의 TV와 매스컴이 집중되고 각 나라는 자기 나라 차와 명예를 위해
선수의 생명을 걸고 경쟁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본래 자동차 경주는 많은 인명이 다치고 희생되는 경기이다.
그 중에 이 파리-다카르 경주는 세계 최장 거리 이면서 험난한 코스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전혀 가지 않는 사막과 길이 없는 오지를 로드북과 나침반, 지도에 의지하여
22일 간이나 계속 달리기 때문에 매년 많은 조난자와 희생자가 생긴다.
레이서들은 어떠한 형태의 사고도 자신의 책임이라는 서약을 대회 조직 본부에서 서명해야 한다.
물론 나도 나의파트너,프랑스 친구인 시모나와 함께 서명을 했다.
이러한 위험 부담이 따르지만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이 대회를 동경하고
창조적 모험심으로 불타는 세계의 노련한 레이서들과 겨뤄 보고 싶어한다.
평생 한번 참가하기를 꿈으로 여기며 한 달 동안 전 구미 사람들은 TV앞에서 최고 뉴스 거리로
이 대회를 지켜본다.
이 대회 참가는 현대 문명의 메커니즘의 총아인 자동차와 원시 속에서, 그래도 주인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이 가지는 필연적 불확실성에 대한 몸부림이고 도전이겠다.
마치 자신도 모르게 숨을 쉬고 있는 그것을 멈추게 할 수 없듯, 인간의 모험심과 창조성은
마치 그 숨결처럼 끊을 수 없이 원시와 미지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본성이 있는 것 같다.
그곳으로 달리는 이 긴 메커니즘 대열에 나 자신이 참가하는 것은,
에베레스트 등정의 역사처럼 한국 젊은이도 세계의 젊은이들의 창조적 모험과 도전에 동참하는 것이다.
더욱이 60억 인류의 대잔치인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스포츠 대국으로서
불모 상태인 고국의 자동차 스포츠에 활력을 불어 넣고 그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바이다.
길 없는 길
최종림
가면 되는 길로 오는 길
처녀의 젖 무덤처럼
더듬어 낸
사하라 4만리
새벽길 혼자,
넘어지지 않은 일이
별것 아니어, 민망한 저녁
내일도
길 없는 그 길로 가리라.
달리다 나도 넘어지는 날
내 혼은,
휑하니 사막으로 날아가
모질어 아름답게 자리한
가시덤불에 걸려
바람이 불 때마다
여인의 하얀 세시처럼
어릴 때 날아간 연처럼
파아란 하늘에 날리리라.
<파리 다카르 경주 도중 영영 돌아오지 못한
젊은 영령들에게 이 詩를 보낸다.>
북 사하라 (알제리) 대 평원에는 아직 생명이 드문드문 있고 우리는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며 그곳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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