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2-02 18:20
어리석음(산문시)
 글쓴이 : 최종림
조회 : 6,235  
이보게 난 바보야
달린다는 지구는 빈 시골집처럼 조용하기만 했음.
어디메 먼 바닷가 한곳을 달리는 내 자전거도 답답하기만 했다.
그처럼 내 젊음이 느리게 느리게 지나던 시절,
봄밤이면 별을 향한 것처럼, 누구를 향해 사랑을 할까 고민했지.
느린 밤의 거대한 허공만큼이나 차-암 그떄는 지루한 설레임 이었지.
 
그런데 말일세 잠시같은 시절이 가고,몇번 그런 것이 지난 이만치에서
인제 내가 어떻게 죽어갈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고,
그걸 말해야 하는 것이 시인의 상투겠지만,
죽음이 별게 아닌 것이 아니야 바보야...
 
이보게...이보게, 바보라해서 미안하네 하지만,
죽음은 옛날부터내게는, 겁먹은 아이의 큰 숙제같았다네,솔직히...
한참 후 이쯤에선 늦은건가, 이른건가 이렇게 그걸 준비를 하고 있다네.
그지없는 생각으로 말일세.
산 속 달빛이 손톱달부터 모아져 보름이 져가도록 상념으로 쌓이고,
해가 저절로 떠오는 하루를 멀건히 보아 보내고
오늘밤, 하현달 지는 산위로...넘고 너머 더 높은 별천지
그 너머
눈길이 따라가는 무게없는 번뇌는 시공을 초월하여 가는 데 없구나.
 
생명의 불씨를 사리며 달리는 땅덩이처럼 죽음을 향해 달리는 생명을
이 추운 밤에도 매달려 아끼고 싶은 것을....
라일락 앙상한 가지아래 살을 에이는 겨울 바람소리,
보잘것 없는 달그늘 아래 내가 숨어 보려하지만 말일세
차-암, 딱히 숨을 곳이 없구만그려
내가 어디에 숨어도 시간이 가고 있음을 깜박이는 저 별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우이...
그처럼 생명이 죽는 이치앞에 고행과 번뇌가 별 것 아니었음을 아는
부처가 못 된 중놈처럼
부끄러운 생각이 얼어가고 있네그려.
 
어두운 어느 동해 산골 기슭에서
이미 죽어
통통 얼어가는 황태처럼 말일세.
1996-2005-2011.2월1일 최종탈고,퇴촌 산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