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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2-02 18:27
글쓴이 :
최종림
조회 : 6,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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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찬가
최종림
비둘기 빛을 닮은 도시를
좋아합니다.
우리들 인연도 오래 되면
그 돌빛을 닮아
떠날 수도 없는 무게로 남을 거외다.
비오는 날
더 짙게 울리는
네거리의 질펀함을 마다하고
오페라 계단 위에서
한가로이 모이를 주며
나의 하루를,
역사의 저편에서
기둘리던 사람
그렇듯,어느날은
혼을 골목길 벽마다
칠하고 갔습니다.
군중 속을 걸어가다
혼자
구름 사이의 볕을
올려 볼 양으로
백년쯤의 시간은
내 기억에 남길 터,
암울한 도서관 속의
감금을 거부한 여인의 이름으로
찬란한 도시
어이
계절만 어루만지고 갈 뿐....
마로니에 잎새가
강으로 떠내려간 뒤,
그 비운 자리에 오색등이 걸린
겨울마다
비에 젖고,바람에 마른
기어이는 위대한 돌빛처럼
내가 사랑을 하고 죽을래라.
-빠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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