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경주 "힌개미집"사하라 일기
열나흘째 전편
1월 14일 덥고 먼지천지
스페샬 구간 645km.총주파 거리 8,377km.
간밤 이곳 니아메 교포들의 환영모임에서 돌아오니 그 때까지
차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있었다.
시모나를 믿고 한국 대사관을 갔다 온 것이 잘못이었고,시모나 또한
놈들을 믿은 것이 잘못이었다.네개의 업쏘버와 타이어,엔진청소 모든걸
새벽까지 한숨도 못 자고 정비사넘들하고 갈아끼우고 정비를 했다.
우리같은 가난한 팀의 슬픈 고난이다.부자넘들은 지네들 저녁파티하고
실컷 자는 동안 자가용 비행기 타고온 정비사들이 밤새 잘 정비해 놓은
머신(차)을 아침 출발선에 재고나가 타고 달려나가면 그만인데
우리들은 잠도 못자고 정비하여 출발을 해야한다.
이건 자동차 경주실력으로 겨루는 그런 것이 아니다.묘한 경주다.
아침 8시.Special stage(경주구간)로 가기위해 니아메시내에서
접선구간으로 출발.
지나가는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 곳곳에는 수도라고 하기에는
절절한 가난이 아프게 보인다.그래도 호텔옆 길가에는 내무부,외무부,
법무성등 사람사는 동네의 겁나는 간판들이 붙어 있었다.
쬐그만하고 인형같이 귀엽도록 새까만 교복입은 아이들도 보인다.
경주 출발점으로 가는 접선구간은 계속 니제르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니제르의 팔'이라 불리는 강과 아침 햇살에 묻힌 마른 들판의 경치는
이방인의 눈에 낮설게 부시었다.
이집트의 상류 나일강이 그렇듯,니제르강의 푸르름은 서슬 시퍼른 뱀같이
한방울의 물도 사막을 적셔 주지않고 꿈틀거리며 짖굿게 흐르고있다.
목마름에 타는 사막속 야박한 청청함이 도도하기 까지하다.
10시 4분.0km 출발하자 말자 햇볕이 뜨겁게 깔리고 있는 들판은
오늘도 만만찮게 보인다.먼저 출발한 넘들이 일으키고 있는 먼지가
까마득히 하늘로 오르고있다.
오늘은 말리 국경을 넘어 들어간다.
예상대로 지표는 깊고 굴곡도 심하다.벌써 헬맷 쓴 머리가 흔들려
차벽에 부디치고 의자와 허리에 유격이 생겨 터덜거림이
정내미 떨어진다.
"흰 개미집 오른쪽 100m...50도 왼쪽 200m...앰병할,다시 오른쪽..."
로드북에 흔들리는 시선을 애써 고정시키며 후렴조로 욕까지 부쳐가며
나는 고함을 핸들잡은 시모나에게 질러댔다.
잠시 피스트(앞차가 가면서 낸 흔적)가 나타나면서 시계가 열려
수통의 물을 꺼내 타는 목을 적셨다.
..푸우...인삼냄새가 대한민국 냄새다...정다운...!정신이 든다.
에제밤 날 안타까워하며 꼭 먹으라고 어느교포가 주신 인삼가루를
수통에 덤뿍 넣었더니 향기가 일품이다.
시모나에게도 수통을 건냈더니 한모금 벌컥 마시더니 온갖 인상을 쓰며
혀에 붙은 인삼가루까지 더러운 손으로 걹어내고 있다...병신...
34,20km.세카 마을통과.깡마른 아이들이 깡충 깡충 뛰며
우리에게 박수를 친다.먼지 일으키며 지나는 우리놈들이 미안했다.
57km. 미끄러운 자갈 피스트를 타고있다.
시속 100km이상인 차를 3단 기어로 내리며 핸들을 살짝 원하는 방향으로
채면 차는 원하는 방향으로 차체가 틀려 회전각을 잡아낸다.
시모나는 내가 연습이라도 하듯이 차체를 월츠로 돌리며 가고있는 나를
쳐다보며 또 손가락을 관자노리에 대고 후비듯 돌려 보였다.
너 살짝 돌았냐...?고 묻는 프랑스넘들 제스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시모나는 포기한듯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미아미타불...
스킷을 타는 Formule선수나 길을 타는 Rally나 핸들이 아니라 뒷바퀴가
미끌어져 비틀려 회전값을 얻어내 커브를 도는 것은 꼭같이 우리들이
주요 기술로 사용하는 것중의 하나이다.
물론 위험천만할 수도 있는 그 기술이 정확하지 않음 속도를 가진채
길밖으로 차가 날아가 버리지만...
더한 것은 이런 넓은 들판이 아닌 유럽의 산간 좁은 길 커브에서도
나는 이 기술을 즐겨 사용하는데, 자로 잰듯 회전값이 정확하지 않으면
길밖 언덕으로 나가버린다.
우리들 전문 용어로 가속 Drift,감속 Drift 라는것들이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우리를 끝없이 괴롭히는 원심력을 무시(초월)
하고픈 주자들의 욕심이 만들어 낸 이 기술을 구사하다 나는 이미 몇번
천당으로 굴러버린 쓰디 쓴 경험이 있고,기절도했고 병원 신세도 졌었다.
하지만 놈의 매력은 끊임없이 촌음을 빨리 달아나고 싶은
우리들로 하여금 뿌리 칠 수 없게 만드는 죽음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
99.78km.아뿔사...멀리 흰개미 집 뒤로 차가 넘어진채 불이 붙어있다.
한증막같은 차안의 먼지로 버적거리는 입속이 가슴까지 새카맣게
타들어 내려가 나는 말문을 잃고 말았다.나는 그저 고개만 가로저었다.
....오 하느님,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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