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저 붉은 사하라를 생각하면 전쟁 공포증으로 심장이 뛰고 가슴이 답답해 온다.
종단을 하며 다 닳아버린 태극기를 니제르 대사관에서 얻은 새 것으로 달고 사하라횡단 시작하던날
다카르랠리 논픽션
사하라일기
열사흘째날 후편
1월 13일 맑고 건조
341km. 평균 진행방향 330~340도 초원 초원
계속되는 초원속의 깊은 모래와 그 속에 밖힌 돌더미위를 달리는 멍함과 지루함,
긴장과 함께 기암하고 싶어졌다.
이 긴박한 상황속에서 느끼는 지루함은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다.
또 헬멧을 벗어 뒷쪽 연료통으로 던져 버렸다.
로드북에 얼굴을 묻고있던 시모나가 놀라 나를 쳐다보며 손까락을 자신의
관자노리에 갔다대어 돌려보인다.너 미쳤냐고 묻는, 프랑스식 시늉이다.
" 그래...미쳐나가겠다..."라고하며 나는 빈정거렸다."넌..괜찮아...돌머리?"
시모나는 말없이 반쯤 일으나 주먹으로 헬멧벗은 내 맨머리를 한대 쥐어 박았다.
눈이 찡그려지도록 아팠지만 핸들을 두손으로 잡아야하는 나는 꼼짝없이
앞만 쳐다보며 몇대를 더 맞아야 했다.
묘하다,맞고나니 정신이 들었다.
"....그놈들(조금전 사고로 헬리콥터로 실려간 두 주자들)머리도 돌머리라서
깨지지 않았음 좋겠다...."시모나가, 내 독한 빈정거림에도 자못 조용히 있었다.
"........."
"놈들...살았으면 좋겠는데이...으응?" 나는 머리를 많이 다친듯 얼굴에 낭자했던
그들을 출혈을 걱정하며 물었다. ....살 수 있을까?"
".........." 시모나는 고개를 가늘게 흔들뿐 끝내 아무말 않았다.
511km. 아뿔사...시속 180km로 달리던 차가 작은 메주돌을 때렸나보다.
차 후미 오른쪽 타이어가 맹렬한 소리를 내면서 찢겨져 나갔다.
차는 몇번이나 들렸다 내리며 비틀거렸다.이때는 조종기술에서 얘기하는
"자전거타기"로 중심을 가늠하며 넘어지지 않고 이백여미터를 굴러와
간신히 멈췄다. 웃음이 터져 나왔으나 소리를 낼 수 없었다 ㅋ-ㅋ.
저녁 8시 30분. 오늘은 별밭아래 모래밭이 아닌 최고의 호텔 숙박이다!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의 가장 큰 호텔,기와이호텔에 도착.
온통 축제 분위기다.도시는 우리들을 맞는 새카만 사람들로 들긇었다.
힘이 다 빠져버린 몸을 로비에 기대앉아 흥분한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며
숨을 돌리고 있는데,북쪽 사람들인듯 한 사람들이 나의 방화복에 붙어있는
태극기를 보고 자기네끼리 수근거리며 내 앞을 얼쩡거렸다.
" 어이...안녕하시오...신사양반들..."
빠리에서도 그랬듯, 대부분 이럴 때는 먼저 말을 거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나는 사람들 속에서 앉은채 눈을 들어 꽤 크게 소리쳤다.
조그만 놈의 호령인사에 놀랐는지,그들은 들은 척도 않고 사라지더니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가소로웠을 것이다.기름 때와 먼지로 사람같지 않게 생긴 나를 보고
무슨 말로 수작을 걸 가치를 느꼈으랴.
저 사람들 별로 미워하고 싶지는 않지만,나이살 먹은 얼굴에 국민학생처럼
가슴마다에 사람얼굴이 그려진 뱃지를 달고 다니는 것이,
우습기 보다 차라리 내가 민망해진다....옛날,JSA에서 저 친구들과 3년을
같이 지내며 "병신아...너도 뱃지속 그 사람처럼 사람이야...정신차려,임마..."
하고 넘들에게 눈앞에서 달겨들곤 했던 간 큰 시절이 기억났다.
아뭏튼 외제 수입은 다 사람들 정신을 나가게 하지만,
그 중에도 외제 사상수입을 잘못하는 것만치 사람을 얼빼는 것이 없으리라.
몸을 씻고 다시 내려와 저녁파티를 참석하려는고 방으로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쪽으로 가고있는데 아까 그 사람들하고 똑같이 생긴 세명의
사람들이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찾고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등줄기 땀이 나는 것을 의식하며 시모나의 손을 잡았다.
하얀 얼굴에 세련된 옷매무새가 우리 대사관 사람들이었다.영사님 참사님..
나를 맞으러 다 왔다. 이 얼마나 반가운 우리 사람이냐.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했다.몸도 옷도 몰골인 그대로 대사관으로 가잔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관저로 들어서는 나를 대사님이 정원까지 나와
맞으시는 첫마디...."우선 좀 씻는 것이 좋겠소,무사히 잘 오셨소...!"
내 꼴이 정말 말이 아닌가보다.
관저 목욕탕에서 영사님이 손수 더운 물을 채워 놓고 목욕하란다.
목욕을하고 나오니 관저 텃밭에서 가꾼 배추와 무우김치...돼지고기 김치찌게
....쌀밥, 낙타처럼 속절없이 굶어온 나는 체면이고 뭐고 없었다.
대사님 사모님이 애처러웠는가,밥 많으니 천천히 먹어란다.
유종현 대사님께서는 마침 이 빠리-다카르랠리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과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셨고,누군가 한사람은 이 경주에 참가하기를 고대하고
계셨다며 많은 위로와 성원을,김치와 밥에 빠져있는 내게 잔잔히 말해 주셨다.
'자랑스런 조국...인정스런 사람들,우리만이 통할 수있는 마음속 우리말...'
나는 천신만고 끝에 긴 사하라 종단을 끝내고 잠시 우리집으로 돌아왔고,
어머니의 김치와 밥으로 엄청난 심신의 힘을 보충하고 있었다.
다음해 우리 한국차로 왔을땐 온 대사관이 태극기를 들고 수백km나 앞서
마중을 나오시겠단다. 대사 사모님이 깍두기 김치도 한봉지 싸주셨다.
오늘은 복터진 날,못난 놈 처가집 온 날이다.
밤 11시 30분,밤이 늦은 시각에 우리 교포들이 환영회를 준비하고
나를 기다린단다. 내일 출정을 위해 잠을 재워야 한다고 못마땅 하신듯한
대사님 눈치를 뒤로하고 이곳의 의료영웅이신 김OO박사님 집으로 영사께서
나를 차에 태워 신나게 우리 유행가를 흥을거리며 데리고 갔다.
TV에서 태극기 붙은 나를 보았단다. 한국인 처음으로 이 대회에 참석하는 나를
보고 눈물글성이며 좋아했다는 그네들, 고맙다는 인사를 ...?내가 고마운디...!
환영회 음식과 케익을 준비를 하는 동안 김박사님은 그의 방으로 불러
나를 즉석에서 검진하시며 세세히 묻고나 몇가지 비상약을 준비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촛불앞에 둘러 섰다.
자정이 넘은 아프리카의 한밤,장도의 무운을 빌어주는 수많은 촛불의
케익앞에 둘러 선, 일렁이던 정겨운 얼굴들...
누가 먼저 부르기 시작했는지....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촛불에 그네님들 적셔진 눈물이 내눈을 흐리게한다.
멀고 먼 곳 기쁜 우리만의 모임,아프리카의 깊은 그밤을 나는 잊지 않으리라.
경주구간에 투입된 스피드 의료지원차(몇바퀴 구르고 그래도 우리들 뒤를 따라오며 도왔다)
환영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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